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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Won Jul 25. 2020

선택이 아닌 필수

여행 예절 1.


  얼마 전 여행사를 통해 12박 13일 일정의 서유럽 단체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자 중엔 그곳을 이미 다녀간 사람도 있었지만, 나처럼 처음인 여행자들이 대부분이다. 각지에서 모인 32명과의 여행이라 긴장도 했지만, 낯선 지역에 대한 설렘처럼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설렘도 여행의 맛이기에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단체 여행의 장점은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볼 수 있으며, 편리함과 안전성 그리고 가이드가 지역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개인 여행보다 선호하는 편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알찼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아쉬운 점은 한 여행자가 그룹을 3시간 가까이 이탈한 사건으로 불에 탄 노트르담 성당을 못 본 것이다. 또한 일부 지각없는 여행자의 추태에 가까운 행위로 인해 매우 부끄러웠다. 이번 여행을 통해 본 일 중 최악이었던 몇 가지를 통해 여행 예절이 잘 지키는 성숙한 여행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체 여행을 결정한 것은 그룹 규칙이라는 것에 동의한 상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내 생각 내 권리, 혼자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받기 위한 행동이나 무리한 요구는 삼가야 한다. 여행지의 모든 일정을 관리하고 중요정보를 알려주는 가이드가 우리의 선장인 리더다. 그렇기 때문에 가이드 말에 전적으로 따라야 하는 게 제일 중요한 매너다. 단체여행은 이미 모든 스케줄이 짜인 상품이며 그런 것을 알고 본인이 결정한 여행이다.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전체 분위기를 흐려놓지 말자. 리더인 가이드에게 자기와 의견이 다르다고 무례하게 대하거나, 자기의 지식이 옳다며 거침없이 말을 가로막는 통에 지역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질 못하고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들이 많다. 말할 권리가 있듯 들을 권리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옆 사람과 과한 수다는 다른 사람에겐 소음이다. 그로 인해 중요정보를 다른 여행객들이 전달받지 못한다. 수다는 여행지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의 알아야 할 권한을 빼앗는 지적 도적질이다.


  그룹을 이탈해 쇼핑 벽에 빠진 사람들로 인해 시간이 지연되고, 다음 스케줄에 지장을 준 경우가 너무 많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함을 번번이 느끼게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여행을 왔지 쇼핑하러 온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굳이 쇼핑하려는 목적이라면 개인적 여행을 하기 바란다. 80년 해외여행을 시작한 한국인들은 시끄럽고 지저분하다는 소문이 났었는데, 2019년 아직도 그 말이 없어지지 않는 행위들을 볼 때면 부끄럽다. 식당에서도, 호텔 내에서도 특히 같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선 더 주의를 해야 한다. 개성이 다른 여행객들에게 일일이 맞춤 안내를 할 수 없다. 내가 원하던 음식 맛이나 호텔이 아니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무례를 범하는데, 가이드를 포함 호텔 직원, 식당 직원 모두 존귀한 사람이다. 서비스를 받는다고 하대하면 안 된다. 그 나라의 문화와 음식 그리고 인간 존중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제일 황당한 일은 숙박하는 호텔 내에 있는 바에서 맥주 몇 병 시켜놓고 우르르 앉아, 외부에서 사 온 와인을 따서 마시는 행위는 정말 최악의 꼴불견이고 나라 망신이다. 고깃집에 본인이 고기를 들고 가서 불판만 빌려달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룸메이트를 할 경우 연장자가 무슨 계급도 아닌데 무조건 우선순위는 아니다. 똑같은 사용권리가 있는 것이니 서로 번갈아 가며, 배려해야 한다. 먼저 화장실을 사용했으면 최소한 머리카락이나 수건을 정리해서 룸메이트에게 불쾌함을 줘서는 안 된다. 좋은 자리만 선점하려 하고 더럽게 사용한다면 독실을 권한다. 호텔에서 퇴실하기 전 청소를 하자. 특히 몸에서 떨어져 나온 온갖 털들이 욕조나 화장실 바닥에 있다면 대충이라도 정리하자. 굳이 나의 추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개인을 욕하기 전에 나라 전체를 욕보이는 것이다.


  여행이란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내일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갖고 온 대부분 여행자에게 추억의 공간을 빼앗는 행위를 내가 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여행 예절은 정말 중요하다. 여행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집안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집안의 대표고, 나라를 벗어나면 우리는 나라의 대표가 되는 것이다. 나의 추태가 집안을 망신시키는 것이고, 나라를 망신시키는 것이다. 본국보다 많이 뒤처지는 해외동포의 품행을 보고 아직도 똥포라고 불리는 현실에 화가 나야 하고, 또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매너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본국 통계자료 2017년 한국인의 해외여행 예절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5점 만점에 2.75점이라 하는데 이번 유럽여행에서의 우리들의 점수는 5점 만점에 1점도 과분한 점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최악의 여행 메이트가 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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