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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Aug 29. 2021

돌고 돌아 우리가 있는 집

‘3.22일 0시 기준 확진자 0명 발생, *00 확진자는 자가격리 중 검사에서 양성, 발열, 기침 등 증상 의심 시 선별 진료소 검사받으세요’ 날씨를 알리는 알람 문자보다 먼저 와있는 안전 안내 문자. 처음에는 재난 경보처럼 문자 뜨기도 전에 맘 카페와 뉴스 기사를 뒤지곤 했지만 이제는 안전 안내 문자도 밀려있다. 재택근무가 힘든 직군의 남편 외에는 이제 갓 돌이 지난 돌쟁이 아들과 6살 된 아들과 함께 집콕으로 있는지 몇 달째인지, 나가지를 않으니 접촉 걱정은 안 해도 좋지만 이렇게 세상과 소통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일본은 도쿄, 호주는 시드니~”


요즘 첫째 아이가 꽂혀있는 세계 수도 노래이다. 세계지도를 펴고 나라 이름과 국기 그리고 수도를 맞추는 재미로 세계를 바닥 삼아서 방에서 놀고 있다.


“엄마는 어떤 나라가 좋아? 어떤 나라 가고 싶어?”

“엄마는 스위스. 미국도 좋고. 프랑스도 한번 가보고 싶다”

“나는 케냐, 케냐가 좋아. 케냐 국기가 멋있어, 창과 방패가 있거든, 케냐에 가보고 싶다”

“그래 나중에 다 가보자~”


‘여행’이 너무나 낯선 단어가 되어버린 지난 1년, 그리고 또 나아진 건지 아닌지 확답할 수 없는 올해. 세계지도 책에서 스위스의 멋진 만년설이 보이는 카페의 사진을 보고 어린이집 차가 멈추는 맘스스테이션 같다고 하는 아이의 슬픈 답변을 들으면서 생각해본다. 여행이라는 건 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까. 유일하게 집에서 소파 밑과 의자를 다리처럼 이어서 배를 타고 탐험을 떠나는 놀이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 수 있을까. 시니컬하게 여행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본다.


 글쎄 미래에는 어떤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가상현실로 여행이 여행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만약에 미래에 가장 여행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가 될까? 해외라고는 신혼여행과 일본 2박, 홍콩 2박 정도의 직장인 도깨비 여행이 전부인 나에게는 어딜 가든지 미래에 가고 싶은 곳이긴 하다. 그런데 딱 하나를 꼽으라면?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미래의 집이 왜 먼저 생각날까. 지금은 답답하기도 하고 집안에만 있는 게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미래에 가장 궁금한 게 뭘까라고 하면 나는 내 아이들의 집이 궁금하다.


 지금은 식탁에서 내가 아이에게 밥숟가락을 입에 넣어줘야 밥을 먹는데, 그때는 자기 혼자 먹고 있겠지. 지금 좋아하는 생선과 시금치도 그때에도 좋아할지 궁금하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오히려 아빠가 되어서 지금 자기만 한 아이들에게 시금치가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하면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고 하고 실랑이를 할까? 그러면서 지금 엄마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때에는 알약 2알이면 모든 영양소가 다 보충이 되어서 이런 실랑이 없이 이대로 엄마의 노고는 기억으로만 묻혀버리는 건 아닐까 피식 상상이지만 서운함이 오기도 한다.


 그때에는 식탁에 다 모여서 이렇게 먹을까? 둘째와 첫째가 같이 가족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그때 엄마가 형한테만 소시지를 많이 주고 나에게는 2개만 줬어 같은 그런 소소한 서운함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식탁이었으면 좋겠고. 덩달아 나도 그 자리에 같이 있으면 더 좋겠다. 방은 또 어떻게 하고 있을까, 지금은 블록으로 가득 차 있는 방이지만 어른이 된 아이들은 자기의 방을 어떻게 채우고 있을지 궁금하다. 기타가 있을 수도 있고, 농구공이 돌아다닐 수도 있겠지. 책과 문서로 가득 채우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손주들의 놀이터로 지금 아이들의 방처럼 꾸며져 있을 수도 있겠지.


 문득, 미래의 여행에서도 집을 생각하다니 1년 만에 집순이가 되어버린 내가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함께 할 수 있음이 소중하고 고마워졌기 때문이 아닐까. 미래에서도 만약에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마 지금의 집이 떠오를 것 같다. 우리 가족의 첫 집, 같이 밥을 먹던 식탁, 그리고 각자의 취향이 담긴 방들. 지금 집안에만 있는 아이들도 과거로 여행 오고 싶어 하는 오늘의 집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물건보다 같이 하는 시간이 채워진 방으로 여행 올 수 있게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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