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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Oct 02. 2021

여름의 약속

쓰는엄마 미션 : 사진2장으로 10줄 글쓰기 

 청명한 오후였다. 잔바람에 반짝 반짝 빛나는 물결은 우리의 젊음을 더욱 눈부시게 만들었다. 물결을 만들던 바람은 우리들의 머리칼로 다가왔다. 일렁이는 머리칼에 한쪽 눈을 찡그리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찡그렸던 눈을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웃기 시작했다. 살랑이는 바람일까 샛노란 햇빛일까. 무엇이 우리를 간지럽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도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같이 웃다가, 일어서서 춤추다가, 어느 순간 까슬한 풀밭 위로 누웠다. 누군가 풀밭사이에서 보석을 찾아낸다. 부드럽고 하얀 토끼풀이 마치 모래 속 진주같다. 토끼풀을 엮어서 화관을 만들고, 목걸이를 만들고, 반지를 만든다. 오늘의 젊음을 약속해본다. 스무살이 되던 날 우리는 그날의 토끼풀을 닮은 진주로 같은 목걸이를 선물했다. 그날의 잔디밭의 우리를 기억하는 목걸이를 이제 반짝 반짝 빛나는 물결에게 던. 샛노란 햇빛을 내리 쬐던 하늘은 어느 새 붉게 물들어있다. 그날의 셋이었던 우리는 이제 둘이 되었다. 빛나던 물결은 잠잠해지고, 노을의 잔상만 하늘에, 우리의 눈에 붉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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