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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Oct 15. 2021

기억이 난다

기억이 난다로 시작하는 문장으로 글쓰기 

‘기억이 난다를 시작으로 글을 쓰는 것이 이번 주 미션입니다’     


카카옥톡의 공지 글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워드 파일을 켠다. 커피도 물도 굳이 필요하지 않은 시간. 타닥타닥, 이 방안에는 경쾌한 노트북 소리만 들린다. 아이를 재우다가 누가 먼저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정도 잤는지, 자다가 눈이 뜨여졌다. 오늘은 목요일이다. 동트기 전 새벽이지만 아이들과 남편은 모두 자고 있기에 조심스레 노트북을 들고 식탁에 앉아본다. 


 고요함 속에 흐르는 타자 소리는 경쾌하다.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다. 모임의 룰은 간단하다. 매주 목요일이면 각자의 글을 보내고, 글을 보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글을 볼 수 있다. 글이 잘 풀리거나 쓸 얘기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쓰고 있고 머릿속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이라서인지 키보드 위의 손이 건반 위를 돌아다니는 것 같이 경쾌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국어시간이었나,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어주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각자의 방법을 자유롭게 생각해서 적어서 발표를 하는 시간이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1학년이 되고 첫 발표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발표를 했다. 


 “고양이가 먹는 밥에 폭탄을 넣어두면 됩니다.”


아주 획기적인 방법을 생각한 나 자신에게 으쓱하며 자리에 앉았다. 순간 정적이 흐르는 교실. 그리 적극적이고 튀지 않은 존재였던 나에게로 순식간에 모두의 눈이 쏠렸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잠시 머뭇대다가 새로운 생각이구나 라는 말을 하며 다른 발표자를 찾았다. 하지만 그때 느꼈다. 내 발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이들의 눈빛과 선생님의 잠시의 머뭇거림으로도 충분히 나의 생각이 그리 획기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날 방과 후 엄마는 교실로 찾아왔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 생각을 더욱 말을 하지 않았고, 더 말수가 없는 아이가 되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복닥이고 있었다. 그러던 날들 중 동시대회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게 되었고, 내 글이 복도에 걸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문예부라는 곳으로 특별활동을 하게 되었다. 


 기억이 난다. 내가 글 쓰는 것을 만난 첫 기억.  긴 글을 써보라는 말에 처음 쓴 ‘10원 동전의 여행’으로 공중전화 속에 들어간 10원 동전의 여행기를 써보았다. 엄마를 따라 공중전화박스에 들어갔던 기억으로 쓴 글이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특활 선생님을 바라본다. 원고지 마지막에 ‘참 잘했어요’ 도장이 찍혔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한 때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발표로 잃었던 말수 대신 글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글로 쓸 때는 마음껏 이야기를 해도 누군가가 놀라거나 당황스러워하지 않는다는 것.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와 엉뚱한 상상들도 옮길 수 있다는 그 자유스러움이 좋았던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자유롭고 싶어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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