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쓰는엄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믹스커피 Aug 13. 2021

가슴 뛰는 순간,그날의Heart-beat

나도 에세이스트예스 24응모

 얼마 전 ‘우리 집’이라는 노래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한 멤버의 직캠 영상이 뜨면서 이슈가 되었는데,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할 줄이야. 엄마가 방에서 나가는 문소리에도 깨는 잠귀 밝은 아이 덕에, 아이가 잠들면 이불 덮고 핸드폰으로 그 그룹의 콘서트 실황 영상과 옛날 무대 영상을 보면서 추억에 젖어들었다.


 지금 나오고 있는 아이돌들을 좋아하기에는 미안한 나이가 되었고, 그렇다고 트로트를 좋아하기에는 아직은 그만한 연륜은 없는 어정쩡한 나이 서른 중반. 서른 중반에 이십 대에 좋아했던 아이돌을 다시 본다는 건 묘한 기분이었다.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거리고 세상에 호기심이 많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내 몸뚱이와 달리 그때와 변함없는 그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싶은 걸까.


 100개가 넘는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 일정이 잡히지 않아서 괴로워하던 날들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토익 공부를 하고, 취업스터디 실에서 기약 없는 면접에 대비해서 면접 연습을 반복하던 날 들이었다. 그때 복도 정수기에서 텀블러에 물을 채우면서 보던 노을은 지금도 힘들 때면 간혹 떠오를 때가 있다. ‘정말 끝이 있기는 한 걸까’라고 하늘을 향해 물었던 그날의 기억.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고, 나아질 것 같지 않을 때는 그때를 생각한다. 그렇게 막막했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끝이 다른 시작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지금의 힘든 일도 그때처럼 지나갈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위해 보기에 그날의 기억이 많은 위로가 된다. 그때 텀블러에 물을 담으며 귀에 꼽힌 이어폰으로 그때의 아이돌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몇 년간의 힘든 연습생 시절을 딛고 무대에 서는 그들의 모습은 내 처지에 많은 위안이 되었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신입사원으로 연수원을 가는 버스 안에서도 그 mp3는 함께 했다. 취업스터디룸에서 막막하게 노을을 보던 때에 흘러나온 노래가 연수원 정문을 들어가는 길에 똑같이 흘러나올 때의 벅차오름에 비트에 맞춰 내 심장도 두근거렸다. 이어폰 안으로만 쿵쿵거리는 음악처럼, 남들 모르게 요동치는 심장소리가 밖으로 들릴까 괜스레 이어폰을 빼보기도 했다. 모든 게 긴장되고 두려웠던 연수원들의 교육시간들 안에서 내가 들었던 아이돌들의 음악들은 쉬는 시간 음악으로도 나왔다. 수업과 시험의 연속의 엄숙한 분위기와 반대되는 쉬는 시간의 아이돌들의 음악들은 지친 연수 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묘한 카타르시스였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꿈 많은 청춘에게는 이곳이 자신의 무대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BGM이었던 것이다. 


 10년이 지나고, 그때의 나의 mp3플레이리스트는 지금의 가사 노동요가 되었다.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아침의 흔적이 남은 식탁을 주섬주섬 정리한다. 햇볕이 쨍할 때 말리기 위해, 간밤의 빨래들을 급속으로 돌린다. 청소기를 간단히 밀고 난 뒤, 바로 지금이다. 노동요의 시간. 간간히 기억나는 안무를 섞어 걸레질과 함께 음악에 나를 맡겨본다. 마음 같지 않은 몸뚱이의 움직임은 아쉽지만 흥을 돋우기엔 충분한 몸짓이다. 아직 어린이집에 안 가는 둘째가 엄마의 이상한 동작이 웃기는지 뒤뚱거리며 엄마를 따라 하는 모습에 까르르 같이 웃어본다.


 자신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가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파트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직캠 영상이 나에게 위로가 되는 건 왜일까. 가슴 뛰던 이십 대의 피 끓는 때를 그리워하는 추억일까. 추억이라고만 하기엔 조금은 아쉽다. 지금은 달라진 시간과 자리에서 마음을 다하고 있는 내가 오버랩되서일까. 그런 지금의 나에게 응원의 비트의 볼륨을 한 칸 더 올려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 같은 육아를 위한 엄마의 그림책 공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