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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Oct 25. 2023

아니, 초보 운전으로 글을 몇 개를 쓸 수 있는 거야?

운전은 처음이라(19)

 "나 초보운전하던 글로 브런치북으로 썼다?"

 "너 대박이다. 그 글 아직까지 쓰고 있었어?"

 "당연하지. 아직 더 쓸 것 많이 있는데??!"

 "아니 무슨 운전하는 걸로 그렇게 글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거야? 10개도 넘게?"

 

 나의 신나고 박진감 넘치는 초보운전 이야기 썰은, 회가 거듭될수록 점차 전역하고도 예비군 훈련만 가면 다시 군대 시절로 돌아가는 남자들의 지루한 레퍼토리로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전역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아빠는 술을 마시면 이등병 때 보초를 서면서 봤던 별똥별 이야기라던가, 지금도 만나면 뒤통수를 갈기고 싶다는 자기를 괴롭혔던 선임들 이야기를 생생하게 한다. 그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그때 경험했던 강력한 그 순간의 기억과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운전 이야기는 아직까지 그렇다. 대관절 초보운전을 몇 년째냐고 놀리기도 하고, 어이없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까지 운전이 나에게 주는 임팩트는 크다.

 20살 민증이 나왔다고 해서, 대학교를 갔다고 해서 어른이 된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 사랑의 표현도 이별도 서툰 어설픈 어른이 된 것처럼 운전을 하기 전과 후의 나는 좀 다르다. 사랑을 해도 해도 새로운 사랑은 늘 어설프고 소중하고 또 아린 것처럼, 운전도 그렇다. 늘 가던 길이지만 갑자기 공사 중 표시가 되어있으면 익숙한 그 길은 공포의 길이 되기도 하고, 또 늘 무서웠던 4차선에서 빨간불에 맞춰서 내가 1등으로 정지선에 서 있을 때면 마치 분노의 질주의 주인공이 되어 스타트라인에 선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니까.

 

 아이를 낳고, 또 낳고, 회사를 다니고 나름의 중년으로 접어드는 시점에 운전을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고 또 아직까지도 초보운전이라는 게 민망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런 경험과 기억들을 글로나마 남기고 싶은 이유는 뭐였을까. '그만큼 쓸게 많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생각해 봤다.

 나는 왜 이렇게 운전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걸까. 처음에는 두려움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다가 가 내가 쓴 글을 보면서 나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내 글을 본 사람들이 이야기해 줘서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재미가 생겼다. 이 순간에 모두가 겪는 일이구나 라는 느낌. 그런데 그 뒤에는 오히려 운전을 하면서 오늘은 어떤 글이  나올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까 운전이 조금은 덜 두려워졌다. 운전이라고 했을 때는 생사와 연결되는 무기를 끌고 다니는 부담감이 컸었다. 그래서 더 두려웠고,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운전을 하면서, 운전 실력이 조금씩 늘면서 이 순간을 남기는 재미가 생겼다. 인생을 알아가는 재미와 같다랄까. 내가 운전 글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 지느 모르겠지만,  그 재미의 순간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 써볼 생각이다. 나의 운전실력이 재미가 없을 정도까지 늘어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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