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밤에 먹어야 맛있지

by 믹스커피

노란 은행 냄새가 섞인

가로수길 사이로 산책하다

쪼르르 아이가 달려간다


한손에 불툭하게

가을이 가득 담긴 밤을 담아왔다


다람쥐가 먹고 있던 밤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며

해맑게 가져오는 아이를 보며

집에 있던 밤을 스리슬쩍 섞어 밤을 삶아본다


우와

밤이 이렇게 맛있는거였어?

다람쥐가 이렇게 맛있어서 먹는거구나


다행히 속아넘아갔구나


엄마,

밤은 언제 먹어야 가장 맛있는지 알아?

밤은 밤에 먹어야 맛있지


아차,

엄마 다람쥐가

너무 급했나보다.


아빠가 오실 때 까지

밤까지 조금 더 기다렸다 먹을걸 그랬다.





가을이 오면서 아이가 주워오는 것들이 더 많아졌다. 노란 은행잎을 주워오다가 밟혀 뭉개진 은행을 묻혀오기도하고, 도토리를 주워오려 했지만 도토리 모자만 주워오기 일 수 였다. 그 날 따라 아이는 유독 가시가 많은 밤 껍질 사이에서 밤을 꼭 찾겠다고 헤집고 다녔다. 그렇게 해서 벌레 먹은 밤 두어개를 주워왔던 날이었다. 아이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서는 그 얼굴에 차마 벌레먹어서 못먹는 밤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주워와서 집에 있던 밤과 바꿔치기해서 삶아서 함께 먹었다.

자기가 가지고 온 밤을 먹어서인지, 처음 먹어본 밤이 맛있어서 인지 신이 난 아이는 개그를 하기 시작했다. 밤은 밤에 먹어야 맛있지~ 하며 맛있게 먹는 아이의 말로 이 가을을 기억하고 싶어서 시로 담아보았다. 밤은 밤에 먹어야 맛있다니, 5살 꼬마시인을 말을 엄마가 담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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