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하는 봄

봄의 이름을 불러본다

by 믹스커피

곧 흐를 듯이 걸쳐진 어깨에

자기 등보다 큰 유치원가방을 메고

잰걸음으로 가는 등원길

재잘재잘 너의 이야기들

엄마

이 꽃 이름은 나비평평이야.

이것 봐 나비처럼 생겼는데 잎이 평평하잖아.

그래서 나비평평이야.


가로수의 팬지 꽃이

나비 평평이 꽃이 되었다.


엄마

이 꽃 이름은 안녕하세요 풀이야.

이것 봐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것 같이 생겼잖아.

그래서 안녕하세요 풀이야.


대문 앞의 강아지풀은

안녕하세요 풀이 되었다.


엄마

이 꽃 이름은 씨앗저금통 꽃이야.

이렇게 씨앗이 백만개가 다 모여 있는 저금통같지?

그래서 씨앗저금통 꽃이야


바위틈 사이의 민들레 꽃은

씨앗저금통 꽃이 되었다.


봄이 되면 피어나는 꽃들의 종류만큼

너와 함께 알게 되는 꽃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너와 함께한 다섯 번의 봄

너와 함께 하는 여섯 번째의 봄

앞으로 우리가 만나는 봄꽃들은

또 어떻게 피어날까



8시 56분. 간당간당하다. 서둘러서 내복만 입은 둘째를 유모차에 태운다. 아이의 유치원 가방을 둘러 매고 첫째의 신발 매무새를 다시 채운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20에서 내려오고 있다. 일단 가방은 엄마가 챙길테니 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라고 재촉한다. 그렇게 유치원 버스 시간에 맞춰 1층에 내린다. 다행히 아직 건너편 유치원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둘러 맸던 가방을 아이의 어깨에 메어주고 손을 잡는다. 부랴부랴 재촉했던 순간이 머쓱해지기도하고 미안해져서 손을 괜시리 꼬옥 잡아본다. 앞선 아침의 소란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서 벌써 잊은듯이 아이는 정원의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며 재잘재잘 수다를 떤다. 팬지 꽃을 보면서 자기가 이 꽃 이름을 안다고 아는 척을 해본다. 여섯 살, 아는 게 많아진걸 자랑하고 싶어진 나이이다. 무슨 꽃이냐고 되물으니 나비 평평이 꽃이란다. 음? 하지만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그 이름이 아니라고 말을 못해주겠다. 그래, 지금은 나비평평이 꽃으로 하자. 그렇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주니 신이나서 민들레 씨앗 꽃을 보면서 이름을 짓는 아이의 모습이 아침의 햇살에 비춰 빛이 났다. 버스 시간에 쫓겨서 미처 보지 못할 뻔 했던 빛나는 아이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아이가 짓는 꽃의 이름들이 많아지는 봄이라서 좋다. 아이와 함께 하는 봄이라서, 너와 함께하는 봄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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