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드, 최영희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고, 효율적이지 못해.
인간과 기계 인간. 그다음 존재는 무엇일까?에서 시작된 재미있는 이야기.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기계 인간들은 도시에서 인간을 내쫓고, 인간은 전기도 책도 없는 황무지에서 살아간다. 주인공 요릿은 돼지치기를 하며 살아가는 소녀이다. 숲속의 길을 잘 안다는 이유로 기계 인간 리처드의 안내자로 선택받고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며 친구가 된다.
이 친구가 바로 주인공 요릿이다. 밑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아주 당차고 야무진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인사드려라, 요릿. 도시에서 온 조사관님이다."
"도시요? 그럼 쟤가 로봇?"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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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눕혀 놓고 나니 리처드가 사람처럼 느껴졌다. 멀쩡히 돌아다닐 때는 재수 없는 로봇 같았는데, 이렇게 축 늘어져 있으니까 오히려 사람 같았다.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장 박동을 확인하는 거니까.
p.43
리처드는 인간과 똑같이 설계된 로봇으로, 겉모습만으로는 인간과 구별하기 힘들다. 그런 리처드를 고철 로봇 취급하던 요릿이, 리처드가 로봇임을 알고 있음에도 심장 박동을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로봇과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요릿의 신념이 무너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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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간들이야. 기계 인간들은 기록된 데이터가 없으면 사실에 접근을 못 하는데, 인간들은 다르다니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기록되지 않은 데이터들을 갖고 있지.
p.139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문장.
청소년 소설이라 그런지 글자 크기도 크고 문장도 친절하다. 오른쪽이 보통 내가 읽는 책의 글자 크기이고, 왼쪽이 써드의 글자 크기이다.
시민을 모욕하거나 폭행하는 인간은 태형에 처했다. 태형은 도시 외곽 성벽에 있는 형장으로 끌고 가서 채찍으로 매질을 하는 형벌이었다.
p.22
친절한 문장은 이런 문장.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는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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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에서는 인간과 기계 인간을 통해 차별과 혐오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청소년들에게 재미있는 소재를 통해 차별과 혐오에 대해 사유하게 할 수 있는 책이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편견을 버리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요릿과 리처드가 그랬듯이.
얼마 전에 읽었던 「노생거 사원」과 지금 읽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이 이 책안에 등장해서 반가웠다. 써드를 읽고 난 뒤 여기 등장하는 고전에 흥미가 생겨 나뭇가지처럼 연결해 읽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