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인과 지구인, 그 사이의 간극에 대하여

메모리 익스체인지, 최정화

by 미수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소식에 지구인들은 하나 둘 지구를 떠났다.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타행성의 거대 기업에서 지구의 노동력을 쉽게 사들이기 위해"(p.11) 보낸 우주 비행선이라도 탔다. 도착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게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으므로.



내가 지구인이라는 건 누군가 나를 죽여도 되고 함부로 대해도 되고 없는 사람처럼 굴어도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p.40

화성인들은 지구인을 혐오했다. 곁에 서 있거나 옆을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화성에서 지구인 이민자들은 그런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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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는 가족과 함께 화성행 비행선에 탄 인물로, 가족들과 함께 서로 흩어지지 말자며 약속하지만 엄마는 메모린이 되고 오빠는 자살한다. 더군다나 메모린을 선택하지 않은 이민자 지구인들은 '반송'조치 된다는 소식이 들리고 니키는 결국 메모리얼 익스체인지 신청서를 작성한다.





메모리얼 체인지에 대해 정리해봤다. 파산한 화성인이 자신의 아이디얼 카드 및 정보를 지구인에게 넘기고 자신의 기억은 말소된 채 수용소에서 살고, 아이디얼 카드가 없어 화성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지구인은 그와 함께 기억을 주입받아 화성인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아이디얼 카드는 일종의 신분증이다. 이게 없으면 교통수단도, 식당도 이용할 수 없다.



우리들은 모두 같은 시간에 잠들고 깨어난다.
우리들은 같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활한다.
우리들은 우리가 누구인 줄 모르며 이곳이 어디인 줄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껏 행복하다.
p.46


반다는 노년의 남성으로 지구 출신이지만 메모리얼 체인지를 거부해 제로화되어 수용소에서 살게 된 인물이다. 수용소에서는 모두 행복하다. 전파를 지속적으로 맞아 그들은 언제나 흥분상태이고 수용소를 '천국'이라 여긴다.


누가 해준 말인지,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그는 "사람들이 널 어떻게 대하든 간에, 넌 자유롭고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야."라는 말을 늘 떠올린다. 자유와 존중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그것을 찾아 나서겠다 다짐하며 살아간다. 동료 시시의 죽음으로 분노를 느낀 그는 통제에서 벗어나 새 동료 가가와 함께 수용소를 탈출한다.

"내 기억을, 그러니까 내 기억을 가져간 다른 이에게 그가 내게 넘겨주었던 기억을 돌려주고싶어요. 그걸 그에게 주고 싶습니다. 난 그자가 내 기억을 가지고 자신을 잊은 채 살기를 바라지 않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당신 기억을 당신에게 주고 싶어요. "
p.105


그는 자신에게 메모리얼 체인지를 시술했던 체인저를 찾아가는데, 그가 자신과 기억을 맞바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니키는 화성에서 살던 반다와 기억을 맞바꾸고 화성인 도라로, 체인저라는 직업을 가지고 새 삶을 살고 있었다. 반다는 자신의 과거를 도라에게 들려준다. 그는 이야기를 끝낸 뒤 돌발행동 시 발포하겠다는 경고를 듣고도 탈출을 감행해 사살당한다.


지금 막 삼촌이 내게 해줬던 말이 떠올랐어."
"뭐였는데?"
"네가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랄라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내 말을 듣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
"어때? 아주 따뜻한 말이지?"
"아니, 그건 너무 무서운 말이다, 얘."
(...)
"그건 아마 우리가 인간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뜻인 거 같은데?"
p.22


랄라가 저 말을 무섭게 느낀 이유는 뭘까.

존중받아야 할 인간. 인간이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면,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는 인간이 아닌가? 화성에서 화성인과 똑같이 호흡하며 살아가지만 그들에게 생명체로 존중받지 못했던 지구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가?

소설은 화성이라는 배경을 내세워 지구에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이야기지만 동시에 지금 현재 우리 지구의 이야기이다.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은 현재의 이민자/이방인처럼 보인다. 그곳에 섞이지 못하고 거주민들의 차별과 혐오를 받는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지구는 어떤가. 모두가 자유롭고 존중받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 걸까. 혹은 화성인들처럼, 타자를 배제하며 자유와 존중을 '특권'처럼 누리고 있는 걸까.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게 한다.






소설은 도라가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도라의 삶은 분명 이전과 달라질 것이다. 그가 '도라'로서 삶을 살아가든 '니키'로서 살아가든.

이는 독자의 몫이 아닐까. 니키-반다-도라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독자는 이방인/이주민의 상황 직시하게 되고, 우리 사회에서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사유하게 된다. 그게 이 책이, 나아가 소설이 갖는 의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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