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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종종 찾아보던 인터뷰가 있었다. 아이돌을 대상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묻는 인터뷰였다. 당시 나는 곧 마주할 어른이라는 시기에 대한 환상에 젖어있었으므로 그 인터뷰를 매우 흥미 있게 읽었다.
그중 모 아이돌의 인터뷰 내용이 충격으로 와 닿았다. "나와 함께 일하고 같이하는 모든 사람이 나와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나는 내 행복만 생각해봤지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을 느끼게 하고 싶다니. 정말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려면 내 마음속 증오와 혐오를 덜어내고 사랑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증오 가득한 사춘기를 보낸 내가 그것을 덜어내고 사랑을 채우기란 쉽지 않았다. 신경질이 나는 걸 어떡하냐고요……. 그래서 그냥 그런 척을 했다. 그러다 보면 가끔 진짜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이모들 할머니들을 떠올리면 사랑이 넘친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랑을 조금 나눠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른이 되기 전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종종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일기에 "남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그 사람이 삼초 동안 고민을 하게 되는 그런 사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런 사람." 이런 문장을 써놓았네. 지금 보니 다소 난해하고 허세 담긴 문장이다. 스킨스에 과몰입했던 나는 인생의 롤모델이 캐시나 에피였고 그래서 이런 문장을 적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어른이 되고 싶나면(이미 나이는 진작 어른이 되었지만), 무가당 요거트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같이 있을 때 편안한 사람. 어떤 상황에도 잘 섞이는 사람. 그리고 단단해지고 싶다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사람. 이 시기가 지나면 몇 개의 생채기가 더 나면 나는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시멘트만큼은 아니더라도 냉장고 속 젤리 정도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