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이야기이자 지금 여기의 이야기

깃털, 김혜진

by 미수
SF가 우릴 지켜줄거야 1

SF8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실린 시리즈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이 책에서는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라는 글이 <간호중>이라는 이름으로 각색되어 만들어졌다.





깃털


화자 세영은 로봇 새 조에를 만들어 새 연구가였던 엄마의 장례식을 치렀고, 그게 소문이나 세영만의 장례로 굳어졌다. 어느 날 우주섬으로 불리는 다른 행성에서 의뢰가 들어오고 세영은 그곳으로 향한다.


우주섬에는 로봇 동물들이 살았다. 새, 고양이, 개, 사슴, 토끼 등의 지구 생명체를 본떠 만든 동물들 덕분에 우주섬의 인공 생태계는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
관상용 외에 다른 기능은 없었다. 서로를 사냥하지도 않았고 번식하지도 않았다. 우주섬에 전염병이라도 돌까 봐 살아 있는 동물들은 아예 지구에서 데려오지 않았다.
P.11​



오직 관상을 위해 만들어진 우주섬의 동물들. 우주섬의 인간들이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방식이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TRS는 간병 로봇으로, 보호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화자 TRS에게는 두 명의 보호자가 있는데 환자인 성한의 어머니와 그의 보호자 성한이다. TRS는 이 두 사람의 맥박과 호흡 등을 관리한다. 어느 날 TRS는 성한의 자살 징조를 느끼고 딜레마에 빠진다. 십 년째 식물인간인 어머니는 의사마저도 희망이 없다고 말한 상태이다. 성한이 자살할 확률은 95% 이상이다. 이대로 둘 다 잃는 게 나을까, 어머니의 호흡기를 떼고 성한이라도 살리는 게 나을까. 로봇은 이런 고민을 토마스 신부에게 말하며 성한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한다.



"인간이 당신을 창조했어요. 그래요, 그러니까 인간을 죽여서는 안 됩니다. 환자를 죽이지 마십시오.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창조하신 인간입니다."
"인간도 저를 사랑으로 만들었나요?"
P.73




백화


해상 도시에서는 진화된 종족 '물갈퀴들'이 배 위에서 살고, 물갈퀴가 없는 사람이 배 밑창에 살았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기름띠를 피하지 못해 해상 도시의 성소가 불에 타는 참사를 겪은 후로 물갈퀴들은 물갈퀴 없이 태어난 아이들을 키워 밑창에 몰아넣었다.
p.96


환경이 오염된 미래, 육지에 살 수 없었던 인류는 해상 도시를 건설한다. 그들은 물갈퀴보다 진화한 '아가미가 열린 인간'을 원하고, 그렇기 때문에 물갈퀴조차 없는, 진화하지 못한 인간들은 무시한다. 눈에 보이는 아무런 징조가 없는 그들에게서 아가미가 나올 일은 없으니까. 진주는 밑창에서 사는 비非물갈퀴족이다. 배급되는 옥수수가 줄자 그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위로 올라가고, 경비병 해인에게 걸려 바다로 도망친다. 숨어있던 진주를 찾으러 잠수했던 해인은 기절하고 진주가 그를 발견해 구해주지만 본인은 정신을 잃는다. 깨어난 해인은 자신을 살려준 진주를 간호하고 대척점에 있었던 이들의 관계는 변한다.


넷플릭스의 설국열차가 생각났다. 거기도 진주라는 인물이 나오고 경비병 역할인 제동수랑 만난다. 보다 말아서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다.





SF라는 장르 안에서 인간의 삶을 그리고 있는 책. 그래서 이 장르를 많이 접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양극화는 심해질 텐데 우리 지금 이대로 괜찮을 걸까? 그걸 빌미로 혐오를 정당화하고 있지는 않은 걸까?



개인적으로 약자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는데, TRS나 비물갈퀴족 자리에 사회적 약자를 대입해보면 된다. 인간이 하지 않는 일을 대신하는 로봇에게 무시를 퍼붓는 인간들과 비물갈퀴족을 배 밑창에 몰아넣고 빠듯한 식량을 배급하며 무시와 혐오를 일삼는 물갈퀴족들. 이들에게서 현대 사회의 약자들의 모습이 여럿 겹쳐 보인다.



그러니까 이건 미래의 이야기지만 지금 여기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답은 이 책안에 나와있다. 조에와 지구의 환경을 아끼는 세영처럼. 자기를 잡아갈지도 모를 해인을 구조한 진주처럼. 그게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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