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인싸와 아싸와 그럴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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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수

누군가 말했다. 매체에 등장한 유행어는 수명이 다한 거라고. 인싸의 수명은 끝났다. 이제 우리 아빠도 알고 아빠 친구들도 알고 그 옆집 사람도 안다. tv나 유튜브에서 수도 없이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재밌었다. 이거 알면 인싸래 ㅋㅋ 하며 밈처럼 쓰는 말들도 웃겼다. 그러다가 아무 상황에서나 남용하기 시작했고 인싸템이 등장했다. 그즈음부터 안 웃겼던 것 같다. 슬슬 지겨워졌다. 이 물건이 있어야 인싸라고? 웃기지도 않고 소비가 촉진되지도 않는 마케팅이었다. 그럼에도 그 문구에 혹해 구매한 사람이 있다니 역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인싸이야기라니 좀 웃기지만 어쨌든 나는 인싸 인척 하는 아싸인 그럴싸다. 이 라임은 내 친구랑 술자리에서 만들어 냈다. 야 너 진짜 인싸다. 아니? 나 그럴싸인데? 그때부터 우리는 그럴싸가 됐다. 인싸인 척하는 아싸, 그럴싸. 근데 내가 보기에 걔넨 다 인싸였다. 그리고 그런 애들이랑 있다 보면 자연스레 말도 많아지고 장난도 치게 됐다. 그렇게 인싸의 영향을 받아 그럴싸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조울증이 있는지 자주 왔다 갔다 한다. 기분의 높낮이가 아주 휘황찬란하다. 기분이 좋을 때는 ‘하수’자아가 나온다. 하이(high)한 미수의 약자이다. 하수는 아무한테나 친한척하고 말도 잘 걸고 장난도 친다. 이때 mbti 검사하면 E로 시작하는 유형이 나온다. 그러다 기분이 내려갈 때는 ‘로수’ 자아가 나온다. 로수는 그렇게 내향적일 수가 없다. 낯가리기는 기본이고 남들이 치는 장난도 받아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뚝딱거리며 대꾸해서 괜히 다른 사람들까지 어색해지게 만든다. 이때 mbti 결과는 당연히 I로 시작하는 유형이다.



대체로 사회에서 인기 있는 유형은 인싸기 때문에 나는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그런 척을 한다. 하수 자아 일 때는 적성에 맞는다. 사람 만나는 게 즐겁고 새로운 일도 신난다. 로수 자아는 그런 게 버겁다. 그래도 “그럴싸”해 보여야 하니까 적성에 맞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말 걸고(다섯 번 고민하고 어떻게 말할지 문장을 계속 고친 후 내뱉는다.) 장난도 받아주려고 노력한다. 아주 연기자가 따로 없다. 언젠가 어차피 내 인생이 다 연기인데 그냥 연기 배울까 하는 생각도 했다. 우리 과 강의실 밑층에 연영과 강의실이 있다. 전과 신청만 하면 건물 옮길 필요도 없이 바로 밑으로 가서 수업을 들으면 됐다. 그러나 연기에 큰 뜻이 없어 생각만 하고 그만뒀다. 내 인생이 영화라면 미적지근한 코미디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아주 유쾌하지만은 않고 그렇다고 아주 잔잔하지만도 않은 그런 영화. 아마 난 죽을 때까지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재밌었다가 재미없었다가 반복하며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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