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구성요소

백수일기 06

by 미지

가장 많이 만나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 '나'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미국의 사업가이자 동기부여 강연가인 짐 론이 한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을 인용하는 사람들은 평균은 올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책이나 매체를 접하라고 조언한다.


새해에 변화를 원한다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다섯 사람이 누군지 돌아보자. 이 중 세 사람은 배울 점이 많은 탁월한 사람이어야 인생이 상승 견인될 수 있다, 당신이 만나는 다섯 사람의 평균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평균을 떨어뜨리는 사람과는 함께 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만나든지 긍정적인 책과 미디어를 접하는 것이 새해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비결이다.

머니투데이, '가장 많이 만나는 다섯 사람이 당신의 인생을 결정한다'


실익을 따져 친구를 만나는 건 적성에 맞지 않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썩 틀린 말은 아니다. 나의 가치관, 취향, 결정 중 그 어떤 것도 순수하게 나의 의지와 판단, 생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 매체가 전하는 메시지부터 국가의 정책 방향, 가족의 분위기, 소속된 조직의 비전까지 한 명의 인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직·간접적으로 그의 자아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나'의 절반 정도는 알아채기도 어려운 외부 요인과 수많은 타인으로 구성된 셈이다. 친구들과 주고받는 영향은 더 크다. 친구들의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같이 좋아하기도 하고,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에 이끌리기도 한다. 타고난 기질은 바뀌지 않지만, 삶의 구성요소는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러다 보면 한때 가장 가까웠던 친구와 멀어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 가까워지는 일도 벌어진다.


현재 가장 가까운 다섯 사람 안에 포함되는 친구를 만나러 그녀의 회사가 있는 여의도로 향했다. 우리는 대학교 동기로 처음 만났지만, 졸업할 때까지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친구가 기억하는 나는 모 강의 시간마다 학식을 먹으러 가는 애였다. 친구와 나의 거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우리가 소속된 학과의 전공을 살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할 때쯤 우리는 같은 직업을 가지게 됐다. 일명 '국프', 국민 프로듀서다. 월급 따위 없는 이름뿐인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케이팝 오디션 프로그램에 빠진 친구와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거의 매일 연락하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면접 스터디를 하고, 인적성 시험을 보는 와중에도 최애의 데뷔를 염원하며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더 이상 그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지만, 계속 만났다. 함께 맛집을 다니고 틈틈이 문화생활을 했다. 이제는 놀라울 정도로 인생의 구성요소에 공통점이 많아졌다. 내 주변에서 유일하게 <듄> 영화와 책을 모두 본 친구. 게다가 같은 N이라 아라키스 행성의 존재를 상상할 수 있는 친구. 투자 얘기를 가장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친구. 친구가 아니었다면 나에게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이대로 괜찮은지 고민하지 않고 마흔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친구가 알려준 파스타 가게는 가장 사랑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되었고, 지금 내가 아는 와인의 전부는 모두 그녀가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 친구는 나보다 실행력과 메타인지가 모두 좋은 편이라, 그런 점도 배울 수 있었다.


여의도의 한 가게에서, 친구가 사주는 커피를 마시며 새삼스럽게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 다섯 명의 평균이 나라는 말을 떠올렸다. 좋은 영향을 준 다섯 명, 그 이상의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나는 어떤 사람인지 돌아본다. 무엇으로 내 삶을 채우고 있는지, 그런 것들이 어떤 인간이 되도록 하는지. 아, 나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평균을 떨어뜨리지 않는 친구가 되어야겠다. 친구들아 미안해!


집으로 돌아가 부지런히 할 일을 했다. 구직 활동, 집안일, 영상 편집, 스픽, 배달 음식 대신 집밥 먹기, 피아노 연습, 주식 매매, 독서. 백수 4일 차, 아쉬움 하나 없는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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