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고립

백수일기 19

by 미지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세상. 네모난 스마트폰 속에는 얼굴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이 떠드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오롯이 혼자 시간을 보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문자 한 통에 모든 이야기를 구겨 넣으며, 방문을 닫고 나면 혼자 남겨지던 고등학생 시절이 마지막이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을 본 후로 계속 의도적 고립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영상에서 유튜버는 인생의 변곡점마다 혼자가 되는 시간이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유튜버는 이렇게 말했다.

근데 이 수많은 세상의 기준들 중에서 어떤 거를 나의 기준으로 가져갈 거고, 어떤 기준을 거부할 건가 이걸 만드는 힘이 이 의도적 고립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게 나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힘, 내 인생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힘의 근간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한 번쯤은 이렇게 의도적으로 완전히 고립이 되어서 은둔 고수가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고립은 세상과 거리 두기다. 타인의 기준, 수많은 관계, 불필요한 정보에서 모두 벗어나는 것이다. 직장인의 삶은 고립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고립할 수 있는 건 백수의 특권이다. 면접이 잡히면서 타인의 평가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되다 보니 고립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둥둥 떠다닌다.


물론 고립은 유일한 해답이 아니다. 너무 오랜 시간 혼자 보내다 보면 현실 감각이 흐려지고, 우울에 빠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십 대에 한 번은 의도적 고립을 실천하고 싶다. 나의 방향성대로 살아갈 믿음을 얻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나아갈 힘을 얻고 싶다. 단 일주일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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