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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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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 Jul 14. 2023

바다가 그립다

무한한 깊이와 넓이를 가진 그 곳은

파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대상은 물, 바다이다. 결국은 바다로 귀결된다.

바다는 짭짤한 소금물이 가득한 모든 생명이 생명의 유지를 의존하는 장소. 우주는 모든 환경과 장소가 존재하기 아득한 이전의 존재.


 새까맣고 새파랗고, 감히 그 크기를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바다의 크기를 숫자로 나타낸 데이터로 보고 두 눈으로 볼 수 있는데?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실제로 그들의 모습을 모두 눈으로 담을 수 없고, 감히 그들에게 품을 수 있는 감상은 한정되어있다. 그 점이 늘 아쉽다. 내가 인간이 아니었다면 그들에 대한 감상을 조금 더 깊고 넓게 가질 수 있었을까?


 내 태몽은 깨끗한 연못에 황금 잉어 두마리가 유려하게 헤엄치는 꿈이었다 한다. 황금 잉어 출신이라 물을 유독 좋아한다. 푹푹 찌는 여름은 물론이고, 꽃이 피는 봄에도 단풍 지는 가을에도 눈오는 겨울에도 바다를 그리워 한다. 바다가 그립다. 호수나 개울, 계곡과는 조금 다르다. 다른 고인 물들과는 다르게 바다에는 파도가 친다.

 사람이 없을 시기, 바다에 가면 한참을 파도 소리만을 듣고 온다.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가만히 앉아서.

 바람을 받으면 저 깊은 곳의 까만 물과 얕은 곳의 투명한 물이 뒤섞여 푸른 파도가 되었다가 하얀 거품으로 부서진다.  곧게 섰다가 지면으로 쳐박히곤 지면의 모양을 따라 부드럽게 흐른다. 아무리 커다란 바람에서 태어난 파도라 해도 마지막엔 바닥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기 마련이다.


 파도의 크고 작은 모양과 생기고 사라지는 끝과 끝을 보고 있자면 살아가는데 있어서의 조급함을 잊게 된다. 물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몰려오고 비슷한듯 다른 파도의 크기를 감상하면 그게 사람 사는 것과 비슷해서. 잘 풀려서 한참을 꼭대기까지 올라 갈 때도 있지만, 땅으로 처박힐 때도 있고, 땅을 따라 한참을 보글보글 거품처럼 터질 때도 있고, 다시 저 아래부터 끌어 올려 다시 파도를 만들고, 어쩌다가 다시금 잦아들더라도 다시 올라 갈 수 있고. 하나 분명 한 건 바람이 부는 한 바다는 계속해서 차오른다. 우리가 살아남겠다 생각하는 한 아무리 바닥으로 떨어져도 온몸에 모래를 묻히고 뒹굴 수는 있지만 기다리면 새롭게 몰아친 파도가 묻은 모래를 전부 씻어줄 거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 말고 바람을 맞으며 다음 파도를 기다리자. 그 파도가 온다면 다시 나도 그 파도에 섞여들어 깊은 바닷속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하늘 가까이 솟아오를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음이 가라앉고 바다가 그리워질 땐 훌쩍 떠나곤 한다. 전철을 타고 2시간정도 달리면 해수욕장이 나온다. 섬나라에 사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창문 밖 끝없이 깔린 철도 끝에 펼쳐질 바다를 상상하며 금세 잠들곤 한다. 조금만 더 가까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도착한 바다에선 몰려오는 파도에 발을 담근다. 발바닥에 꼼꼼히 묻은 모래를 씻어나가는 파도의 결을 느낀다.


 바다는 좋아도 쓰나미는 무섭다. 그렇기에 바다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살고싶다.

나는 이제야 조금 바람이 불어 살고싶다. 그렇기에 바다가 그립다. 인생의 분기점이 다시 왔음을 최근 느끼고 있으므로 지금까지 이상으로 바다를 그리워 할 테다. 지금도 시시각각 올랐다 내렸다 모양을 바꿀 바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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