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된다면
인생은 애정으로 돌아간다. 2022년 연말이 되어서야 정한 나의 모토다.
처음엔 '애정, 공감, 교감' 세 가지 단어만을 가치관으로 삼았지만 문장 쪽이 더 와닿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해서 정한 인생의 모토.
꽤나 마음에 든다.
누군가는 이 모토를 본다면 '편한 소리 하네'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아' 하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위해 살아간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파트너를 위해, 반려동물을 위해, 좋아하는 유명인을 응원하기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등등.
인생을 산다는 건 뭔가 대단한 꿈과 야망을 가지고 매일같이 열심히, 전력을 다 해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루를 무사히 살아냈다는 걸 의미한다.
'이게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나' 싶은 것들이 하나쯤은 있을 거다. 그게 바로 애정이다. 하다못해 술이나 담배 같은 비뚤어진 애정이라 하더라도.
"왜 일본에 왔어요?"
일본에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었다. 현실적(건조하게라고도 한다)으로 얘기하면 '대학에서 밀어주던 사업이 일본취업이어서'였지만 결국 취업을 하겠다는 방향을 결정 한 건 나였다.
그럼 어쩌다 그런 방향을 명확히 결정했는가 하면, 일본 여행 갈 때 공항의 냄새가 좋았고 하늘이 맑아서였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기도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의 맑은 날 하늘은 너무나도 깨끗하고 푸르다. 밤에는 별이 보인다. 반년 간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착륙한 비행기 창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의 하늘이 너무나도 누런 탓이었다. 함께 유학을 갔다 온 친구들도 창문을 보곤 비행기 돌리라고, 일본에 갈 거라고 난리였다.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며 힐링하는 인간에게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결국 그런 자잘한 애정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애정으로 굴러가는 인생.
인생이란 긴 여정은 하루라는 시간이 모여 완성되는 하나의 영화 필름과 같은 존재이다. 건조한 하루에 적어도 하나의 자그마한 낭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우리는 더 나은 다음을 위해 기꺼이 더 큰 애정을 내어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