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건강하셨나요?
오랜만입니다, 모두들 잘 지내셨나요?
반년 가까이 아무런 글의 갱신이 없어서 주변분들께 걱정의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썩 건강하진 않았습니다만 무사히 새해를 맞이 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쉬는 반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조금 적어볼게요.
이전 매거진의 메인 주제였던 남자친구와 가족이 되었습니다. 외국인이어서 개명을 하진 않았습니다만, 통성명을 추가하여 일본에서 쓸 이름을 새로 등록했습니다. 신분증등등에 본명(가명)의 형식으로 두 이름을 나란히 표기하고 있어요.
휴직 후 복직했던 회사는 한달을 채 다니지 못하고 그만뒀습니다.
사유는 여러가지 있었습니다만 회사에서 근무 태도 감시가 필요하단 이유로 주 2회 리모트 근무를 멋대로 계약 조건에서 제외시켰던 점이 가장 컸네요. 통근 거리가 멀었고, 애초에 공황때문에 만원 전철을 타지 못하는 몸이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 외에도 가장 처음 내걸었던 조건을 단 하나도 지켜주지 않았고, 동의 없이 월급에 잔업수당을 포함시켜서 매일 2시간~3시간 잔업을 통상 근무로 취급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블랙기업...이었네요. 진짜 이런 회사가 존재하는구나, 다들 어떻게 다닌담 하는 생각으로 바로 사직서를 내고 나왔습니다.
채류 비자는 취로비자에서 배우자 비자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통원, 약물 치료를 하면서 무리 없이 시작 할 수 있는 용돈벌이 생활로 한달정도를 보냈고, 극단적인 감정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행동도 많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11월에 새로운 직장을 찾았습니다. 근무 조건도 나쁘지 않고, 사업 특성상 여성만 근무가 가능한 기업이었기에 복지정책등을 풀로 활용하면서 부담없이 시작 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12월 입사 후, 이제야 일상 생활도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습니다. 좋은 회사에요. 저의 개인의 건강에 대해서 많이 신경 써 주시고, 함께 일궈나가는 팀플레이, 실패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공유 할 수 있는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공황장애는 서서히 약을 줄여왔고, 현재는 약 없이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로 수면장애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아주 평범하게, 과한 노력 없이 하루하루를 꽉 채워 풍족히 보내고 있어요.
살랑거리는 바람에 정신없이 흔들리던 수면같던 일상이,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꿈쩍도 않는 단단한 지면이 되었습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가 벅찼기에 매분매초, 정말 초 단위로 강박을 가지고 의무감을 지고 열심히 살던 시기가 지나고 나니, 새하얀 백지같은 시기가 찾아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 백지에 손이 가는 대로 연필 선을 죽죽 긋는 중입니다.
퇴근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한동안 눈이 오느라 뿌옇던 안개도 구름도 없이 깨끗하더구요.
가장 추울 땐 머리 바로 위에 있던 오리온 자리가 조금 기울어진게 보였습니다. 추운 공기가 점점 걷히면서 함께 기울기 시작한 것 같아요.
오늘 낮은 날이 많이 따뜻했습니다.
한국은 아직 많이 춥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다들 모쪼록 감기 조심하고, 아직 해가 짧은 시기이니 점심때엔 많이 햇빛을 쬐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