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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Jul 02. 2021

모든 시작은 나로부터

[글모사9기] 오늘, 그리고 시작!

거칠게 말할수록 거칠어지고
사납게 말할수록 사나워진다
결국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다스려야 뜻을 이룬다
모든 것은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 '나로부터 시작' 중에서, 백범 김구 -



어느 날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훌쩍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뼈까지 갈아 넣어 가며 일했던 곳이 영혼의 무덤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었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그만두거나 계속 다니거나 둘 중 하나를 고민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 행동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죠. 반면 어떤 사람은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나에게 꼭 맞는 해결 방법을 노트에 나열해봅니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죠. 그리고 여러 대안 중 하나를 저질러봅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봅니다. 


사실 고민을 하고 대안을 찾는 것까지가 어렵지, 일단 찾고 나면 그다음 일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문제는 자신이 원하는 대안을 찾는 데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어떡하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또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등 수많은 걱정이 달려들어 과감한 행동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요. 시작하기 전 첫걸음을 떼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고, 걸어본 적 없는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두렵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웠기에 가장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있었죠. 남들과 다른 근무형태(주 3~4회)를 제안했을 때, 회사에서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지만, 내 안의 나로부터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일이 전부는 아니라고, 나의 미래는 좀 더 나 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야 한다고 그렇게 외쳤음에도 '모든 직장생활은 다 이런 것이다'라고 핑계를 대며 포기했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내가 결정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은 오늘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가족들을 위해 60 평생 일만 하셨습니다. 남들 다하는 취미생활 한번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아예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채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다른 세상으로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막상 퇴직을 해도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취미생활은 쉽사리 시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생각만 가득할 뿐 실천을 하기까지는 수천번 수만 번의 망설임이 있었고, 높은 현실의 벽에 매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리산에 가서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꿈은, 그렇게 허공 속에서 사라지는 연기처럼 맥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나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그 끝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였어요.

저에게는 오늘, 그리고 시작! 이 두 가지 단어가 가슴속 깊이 박혀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소나무처럼 깊이 뿌리 박힌 그런 것이지요. 


오늘의 소중함과 시작의 위대함을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달라졌어요. 더 이상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작이 쉬운 사람, 행동이 빠른 사람으로 살아가리라! 더는 일에 파묻히는 인생을 살지 않겠노라!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 채워나가리라! 나 자신으로부터 선언했고, 그것을 현실에서 저질러버렸습니다. 꽤 짭짤했던 급여를 스스로 조정하는 대신, 나를 위한 시간이 주어졌고 그 시간은 오롯이 내가 원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나의 선택을 지켜보는 이들은 아직도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 좋은 월급을 굳이 왜? 월급 조정한 거 후회 안 해?"   

"그럴 바엔 차라리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거에 집중하는 게 맞는 거 아니야?"

취미생활을 한다고 해서 떡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죠. 짭짤했던 월급이 줄어들어서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것으로 인생을 다채롭게 채워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신나는 것인지는 경험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일을 싹둑 끊어내지 않았던 것은 나의 일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는 일 속에 파묻혀서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 싫었던 것이지, 일 자체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니까요. 나 자신을 지우면서까지 일을 했던 상황이 싫었던 것뿐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한 우물을 깊게 파기보다 여러 우물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을 요즘 말로는 '프로 엔잡러(professional N job er)'라고 부르더군요. 물론 직업에 따르는 제한 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취미생활을 본격적으로 하다 보니 여러 기회들이 또 주어졌어요. 별것 아닌 시작으로 인해서, 별것 아닌 게 아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참으로 신통방통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글쓰기'가 있었어요. 글쓰기로 인해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었고, 글쓰기로 인해 POD 출판의 책이 나왔고, 글쓰기로 인해 강연을 하게 되었으며, 지금 써 내려가는 이 글들은 또 다른 책이 되어 세상에 나타날 것입니다.    




시작의 소중함을 알고부터는 시작에 대한 절대적인 공식이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도입부의 백범 김구 선생님 말씀처럼

모든 시작은 

나로부터 비롯되어야 하며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저지르고 차차 수습하기 전략으로

언제나 내일부터가 아닌 오늘부터여야 한다는 것!


시작은 늘 어려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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