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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Jul 08. 2021

함께여서 좋았고, 함께여서 싫었다

[글모사9기] 함께하기-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


함께 뛰면 할 수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점핑대 위에서 점핑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뛰어노는 점핑 놀이더만, 어른인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최신곡에 맞춰 나름 댄스 동작을 가미하여 안무를 짜 놓았음에도 몸 따로 마음 따로 움직이는 통에 춤 선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이상한 모양새에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을 것이다. 보다 못한 코치가 묻는다. 

"0 0 씨 같이 뛸까요?" 

"...... 아, 네.." 말할 힘도 없지만 겨우 소리 낸다.

"혼자 뛰면 재미없어서 끝까지 못해요. 같이 뜁시다. 자, 하나 둘 하나 둘"

사실 혼자 뛰다 보면 은근슬쩍 완주를 안 하게 된다. 

숨이 차서 못 뛸 것 같으면 틈틈이 물을 마시며 쉬기도 한다.

그런데, 코치님이 같이 뛰는 통에 쉬지도 못하고 계속 뛰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순간이 몇 번 넘어가니 어느새 운동은 끝났고, 스트레칭 음악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같이 뛰다 보니 어느 순간 끝까지 와있었다. 

"저, 진짜 다 못 뛸 줄 알았거든요."

"같이 하면 할 수밖에 없지. 내일도 같이 뜁시다."



함께 하니 잘 안 되는 것도 있다?


활기찬 코치님 덕분에 힘들게나마 점핑을 완주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점핑뿐만 아니라 일에서도 나와 같이 할 사람이 있다면 시너지가 생기지 않을까?


내가 하는 일 중에서 누군가와 같이 하는 일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회사에서 함께하는 프로젝트였고, 또 다른 하나는 회사 업무가 아닌 글쓰기로 만난 인연들과 소그룹을 결성하여, 각자의 콘텐츠로 강의를 도모하는 모임이었다. 그 두 가지 일은 모두 함께하는 것이었는데, 나의 마음에 와닿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회사에서 함께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콘텐츠를 제작하는 타 회사와 콜라보를 이루어 합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매일 같이 회의하고, 업무를 주고받는 매뉴얼을 정하고, 홈페이지를 설계했지만 일을 진행하면 할수록 점점 더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일은 더디게 진행되고, 급기야 양쪽 대표님들 간에 의견 충돌이 생겨나면서 실무자들은 조금씩 지쳐갔다. 


반면 함께 기획하는 강의 개설 모임의 경우는 항상 의욕이 넘쳤다. 전체 주제에 각자의 특화된 콘텐츠를 녹아내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마구 쏟아지고, 모르는 것이나 잘 안 풀리는 것이 있으면 너나 할 것 없이 나서서 방법을 도모하려 애썼다. 


한 번은 회사일로, 또 한 번은 기획 강의 모임으로 이틀에 걸쳐 똑같은 톨게이트를 지나는 일이 있었는데 같은 톨게이트였지만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도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사실 열심히 하는 것으로 따지면 회사 일의 비중이 컸다. 나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하는 모든 사람도 열심히 업무에 임했다. 반면 기획 강의 모임은 아직은 준비단계에 있는 것이고, 자기 계발에 더 가까운 것이어서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었다. 거기서 어떤 이윤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결과는 다르게 나올까? 회사의 공동 프로젝트 업무에서는 왜 함께하는 시너지가 나오지 않았을까? 어째서 회사 일은 같이 할수록 피곤해지고, 개인 프로젝트는 같이 해서 힘이 나는 걸까? 뭐든 다 같이 한다고 좋은 건 아닌가?


 

때로는 함께여서 좋았고,

때로는 함께여서 싫었다.

그 이유는?


어떤 것은 함께여서 좋았고, 어떤 것은 함께여서 싫었다면...

왜 그런 것일까?


유치원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아이 4명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야! 이제 우리 달리기 하자!"

"누가 술래 할래?"

"가위, 바위, 보로 정하자."

"(다 같이) 가위, 바위, 보!"

"내가 젔네. 내가 술래다. 10초 줄게."

"10.9.8.7.6.5.4.3.2.1. 땡!"

아이들은 10초가 채 끝나가도 전에 용수철처럼 제 각각 다른 방향으로 튀어 달린다. 

한 명은 미끄럼틀 쪽으로, 한 명은 그네 쪽으로, 한 명은 놀이터 계단이 있는 방향으로...!


그때 깨달았다. 

서로 달리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면, 같이 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회사 일은 삐걱거리는데, 글쓰기 인연들과 하는 일은 신이 났던 이유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둘의 차이점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또는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것이었다. 




함께하기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점핑을 할 때도 함께 했던 코치와 같은 목표를 향해 뛰었고, 그게 서로에게 힘이 되어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 얼핏 보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을 체계적으로 나눠서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서로 다른 지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콘텐츠 회사는 많은 콘텐츠가 납품되기를, 우리 회사는 많은 교구가 납품되기를... 그렇게 서로 다르게  방향을 설정하고,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글쓰기 인연들과 했던 프로젝트는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했다. 전체적으로 같은 주제를 선정했고, 그 속에 분할된 각자의 역할이 주어졌으며 뜻은 하나로 모아져 같은 방향으로 달렸기 때문에 즐거웠던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제 각각 노를 저으면 배는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단순히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향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함께여서 즐거운 시너지가 나오는 일들을 돌이켜보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온몸은 비에 젖은 나뭇잎처럼 천근만근 무거웠고, 정신은 피곤에 절어있어서 냉장고를 향했다. 그 안에 들어있던 시원한 맥주를 한 캔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몸은 곧 시원해졌지만, 내 안에 쌓인 피곤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마시던 맥주를 들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글을 읽거나 쓰기 시작했다. 댓글 또는 대댓글을 달며 글쓰기 공간에서 나만의 소통을 즐겼다. 어느새 내 안에 쌓인 피곤이 조금씩 해소되는 느낌이 들었다. 

 

웬만한 오프라인 모임보다 이곳에 마음이 머무는 이유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과 나누는 진한 소통 때문인 것 같다. 


퇴근하고 맥주 한잔보다,

퇴근하고 글 한잔하는 것이 

내 안에 쌓인 피로를 더 말끔히 해소시켜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퇴근하고 글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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