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끝에도 찾아오는 배움

[산책 열 걸음] 100 인생 그림책, 시간이 흐르면

by 김글향

사람이 지구에서 살 수 있는 세월을 수치로 나타낸다면 몇 세 정도일까요? 예전에 비해 장수의 삶이 주어진 지금은 대략 100세라는 기준이 정해진 것 같아요. 우리는 꽤 오래 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지구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우리들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해보셨을 거예요.


저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번 해본 것 같습니다. 제 글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아버지. 상상하기 싫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마음.. 그 마음을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느껴보았습니다. 그때 겪은 상실감은 지금도 완전하게 회복되었다고 볼순 없을 것 같아요. 상실감은 완전하게 극복하는 것이 아닌 흐릿하게 간직하는 것이었습니다. 아픔과 슬픔을 정통으로 맞닥뜨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은 나의 오늘이 어제와 다르다는 것이었어요. 지금껏 알고 있던 세계는 처참히 깨어지고,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슬픔을 경험하고 나면 더 이상 두려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이보다 더한 것은 없을 테니, 그러니 또다시 잘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이렇듯 저는 소중한 것이 깨어지는 고통을 경험하고 나서 오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물어보신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늘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 멋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진리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아무리 오늘을 즐기며 살아간다 해도 고통과 슬픔은 또 다른 모습으로 언제든 다시 또 찾아오겠죠? 그렇다 해도 이젠 괜찮아요. 조금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고통 끝에는 진한 배움도 함께 찾아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생생하고 강렬한 경험일수록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이것은 사람마다 제각이겠죠? 일, 사랑, 가족, 꿈, 돈,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 저마다의 가치가 들어있을 거예요. 우리가 살아온, 또는 살아갈 인생은 일정한 코스가 있지만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그려볼 수 있는 이야기 <100 인생 그림책>, 찰나의 순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지만,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남겨둔 흔적을 차례로 볼 수 있는 이야기 <시간이 흐르면> 이 두 권의 그림책을 보며 흐르는 시간 속에서 각자가 배운 인생 이야기를 펼쳐보도록 해요.



그림책 산책 <100 인생 그림책>

100가지의 인생 이야기


[하이케 팔러 글ㅣ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ㅣ김서정 역ㅣ사계절]

발가락에 주름이 잡혔다.
이제 어른이 될 걸까?
아직은 아닌지도 몰라.

0세에서 100세까지
100장면으로 보는 인생의 맛

정확하게는 0세부터 99세까지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의 작가인 하이케 팔러는 100가지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글을 쓰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살면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그렇게 많은 대답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에요. 인터뷰를 통해 작가가 놀랐던 사실은, 대화를 나누었던 노년층 가운데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체험에 관해 갖가지 경험으로 가득 채우지 않는다면 끝내 공허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경험으로 다채로운 배움을 구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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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돌이 안 된 아기는 세상을 알기 위해 옆에 있는 물건을 잡아보고, 그걸 놓으면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학교에 들어가면 지식을 배우지만 세상이 지루하다는 것도 알게 되는 것이죠. 반면 어떤 깨달음은 각자 다른 시기에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언제 깨닫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결국 어떤 식으로는 배운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인 것이죠. 마지막을 앞둔 아흔여덟 살, 쭈글쭈글 주름지고 누렇게 변한 손안에 작은 나비 애벌레가 등장합니다. "종종 예전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갈 거야."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면,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라는 질문을 남긴 채 훨훨 날아갑니다. 지금 나는 인생의 어디쯤에 있는지,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는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며 100가지의 인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시간이 흐르면>

시간이 빚어내는 수많은 흔적들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글ㅣ마달레나 마토소 그림ㅣ이상희 옮김ㅣ그림책 공작소]

시간은 쉬지 않고 언제나 똑딱똑딱...
흐르고 흐르고 흘러가.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볼 수 있어. 세상 많은 것들이 계속 변하니까. 아이는 자라고 연필은 짧아지고 감자는 싹이 나고 책은 색이 바래어져.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

이 책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를 담았습니다. "아이는 자라고 연필은 짧아져. 냄비 속 양파는 부드러워지고 손등은 쭈글쭈글 거칠어지지. 지우개는 닳아 없어지고 카펫은 낡아 희미해져" 세상 모든 것은 시간의 영향력 아래 있습니다. 당장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분명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촌스럽던 것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멋있던 것이 우스꽝스러워지기도 하며, 어려웠던 일이 쉬워지기도 합니다.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고, 흘러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어요. 이런 변치 않는 법칙 속에서 세상에 있는 많은 것들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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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과연 모든 것이 변하는 걸까요? "하지만 어떤 친구들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변함없이 항상 곁에 있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잃는 것도 있고, 때로는 얻는 것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스쳐 지나가도 변함없이 곁을 지켜주는 것도 있지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은, 얼굴에 비슷한 깊이의 주름을 머금고 옅은 미소를 띤 채 모닥불 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마음, 서로에 대한 신뢰, 깊고 단단한 우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그들의 다정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함께 느끼며,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주었던 소중한 이를 떠올려볼 수 있었답니다.



마음 쓰기

인생 그래프를 그려요


100세 인생을 살아가며 그 과정의 어디쯤에 존재하는 나를 떠올려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자세입니다. 좀 더 나 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나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 과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이렇게 글로 남기고, 책으로 엮어내려 노력하는 것이죠. 아직도 갈길은 멀고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잃는 것이 있다면 잃는 대로, 얻는 것이 있다면 얻는 대로 그 모든 것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려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 존재하는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찰나의 순간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스쳐 지나가버리지만,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 속에는 각자가 남겨놓은 흔적들이 담겨있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 흔적들을 돌아보며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나의 인생그래프를 그려보며 내가 남긴 흔적들을 꺼내어보고, 그 속에서 각자가 배운 인생 이야기를 펼쳐보도록 해요.

20211011_082926.png < 산책 열 걸음_마음 쓰기_인생 그래프를 그려요 >


인생은 우리 모두가 하는 시간여행입니다.

결말을 쉽게 단정할 수 있는 영화는 없듯이

우리는 미래를 쉽게 단정 지을 수 없고

스스로의 가치를 전부 깨달을 수 없어요.


그저 나라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내 선택들을 존중하며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보험처럼 보장된 것도, 쉽게 정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 각자의 삶을 꾸준히 응원하면서 말이죠.


우리는 그렇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배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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