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진다고? 아니, 이길 수도 있어!

[산책 열한 걸음] 나를 찾아서, 민들레는 민들레

by 김글향

그동안 브런치에서 발행했던 글을 다시 돌아보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글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지 오래된 것 같은데, 아직 일 년도 안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기도 했어요. 이곳에서 펼쳐진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면서 처음 입문했을 당시가 떠올랐습니다. 모든 것이 재미있고 신기해서, 말 그대로 신나게 활동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읽어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도 많이 썼던 것 같고요. (지워 버리고 싶지만, 추억으로 간직하려 합니다.) 입문 단계에서 활동 단계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구독자, 매거진, 브런치 북, 메인 노출 등 이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님들의 행보가 부러워지기 시작한 거죠. 나도 구독자가 많았으면, 나도 뾰족하고 날카로운 콘텐츠가 있었으면, 나도 메인에 올랐으면.... 결정적으로 저와 비슷하게 입문했던 작가님의 글이 히트를 치면서 구독자 수가 천 단위로 넘어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전 부러움이라는 것이 폭발해버렸어요. "와... 어떻게 하면 저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안에서도 저마다 주목받는 글을 쓰기 위해 경쟁 아닌 경쟁들이 펼쳐졌고, 점점 위축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해버린 것이었죠. 브런치 그냥 하지 말까? 하는 못난 생각도 품었던 것 같아요. 부러우면 이렇게 지는 것이구나.. 포기하려던 순간,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주목받지 않아서 더 마음껏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자유로운 글쓰기,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써보겠어?' 그때부터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나는 그냥 지금처럼 신나게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던 것 같습니다. 욕심을 비우고, 다양한 매거진을 개설하여 제가 쓰고 싶었던 글들을 편안하게 써봤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구독자가 늘어났고, 매거진 부자가 되었으며, 브런치 북을 연이어 탄생시켰고, 메인 노출도 심심찮게 이루어졌어요. 심지어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이라는 영광의 딱지도 붙고 말이죠. 저도 어느샌가 부러웠던 작가님들의 행보를 밟아가고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저를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생겨났다는 사실이었어요. 글향이라는 닉네임처럼, 글에서 은은한 향기가 느껴진다고 말씀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계셨기에 글쓰기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응원에 힘입어 꾸준히 쓰다 보니 제가 가진 콘텐츠들도 점점 뾰족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겐 햇병아리에 같은 존재일 거예요. 그런 그들이 여전히 부럽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부럽기는 하지만 결코 졌다고도 할 수 없다는 것! 남들에게 주목받지 않아도 괜찮은 글, 스스로의 마음 또는 나와 비슷한 마음에 슬쩍 다가가 은은한 글과 향기를 펼치며 부러워도 지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죠. 이런 제 이야기처럼 부러워도 지지 않는 비결을 알려주는 두 권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나만의 고유한 빛을 찾아가는 물고기의 여정을 따라, 어딘가에서 빛나게 될 자신을 찾고 싶은 이야기 <나를 찾아서>, 씨앗에서부터 다시 바람에 흩날리기까지 평범한 것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민들레의 생애가 담긴 이야기 <민들레는 민들레> 이 두 권의 그림책을 감상하며 부러워도 이길 수 있는 나만의 멋과 향기를 찾아보도록 해요.



그림책 산책 <나를 찾아서>

어딘가에서 빛날 수 있는 나의 자리를 찾아서


[변예슬 글, 그림ㅣ길벗어린이]

작디작은 물고기를 통해 모두에게 전달하는 잔잔한 응원과 위로!

"비교하지 말고 진정한 자신을 들여다보세요. 아직은 작지만 분명 빛나고 있을 거예요."

작고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신비로운 빛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빛 너머에는 물고기에게 없는 것들로 가득했어요. "나도 이렇게 빛나고 싶어" 물고기는 반짝이는 보석에 매료되었고, 더 반짝이는 것을 찾아 물들고 또 물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낯선 모습으로 변해갔어요. "넌 참 별나게 생겼구나." 다른 물고기들은 그 모습을 보며 비웃었지요. 물고기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서운 시선들 속에 갇혀버린 물고기는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시선들의 분석을 부정하며 도망쳐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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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 가득한 곳에 도착한 물고기. 거울 속에 보이는 낯선 아이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어요. "날 기억해줘!" 그제야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진정한 자신과 마주한 물고기는 자신 안에 들어있던 낯선 것들을 한꺼번에 뱉어냈어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답니다. 나에게 없는 반짝이는 것들에 매료되어 다양한 빛깔에 물들고, 또 물들어 버린 물고기의 이야기가 왠지 낯설지 않게 느껴졌어요. 채워지지 않는 욕심에 더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다녔던 나의 현실을 돌아보게 되었지요. 나 역시도 이것저것 낯설지만 아름다운 것들에 매료되어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하지 않고, 모조리 먹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별나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순간 현실을 직시하고, 내 안에 있는 낯선 것들을 한꺼번에 뿜어내는 물고기를 보며 나도 내 안에 들어 있는 낯선 것들을 뿜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빛날 수 있는 나의 자리를 찾아야겠다고 다짐해보았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

가까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름다움


[김장성 글ㅣ오현경 그림ㅣ이야기꽃]

봄마다 열리는 꽃 잔치.
저마다 수줍은 듯 야무진 얼굴로,
누가 보건 말건 제 몫의 봄빛을 피워냅니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은 민들레.
흔해서 하찮게 여기는 민들레.
하지만 민들레는 그래서 더 꿋꿋합니다.

여기저기 피어난 민들레를 보지 못한 사람은 없겠죠? 큰 도로변 비탈에도, 가로수 철제 좁은 틈 사이에도, 담장 밑, 낡은 기와지붕 위, 자동차 전용도로 중앙분리대 틈새에도, 흙먼지가 조금만 쌓인 곳이면 민들레는 싹을 틔우고, 잎을 내고, 꽃줄기가 쏙 올라와서 노란 꽃을 활짝 피웁니다. 혼자도 피고, 둘도 피고, 들판에 한가득 피어나는 민들레! 민들레처럼 자기 존재를 이토록 강하게 주장하는 꽃은 없을 거예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민들레여서 그런지 어느새 고유의 아름다움보다는 흔한 아름다움으로 기억되는 꽃입니다.

하지만 그거 아세요? 민들레를 가만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예쁘게 생겼는지 몰라요. 어디 꽃만 그런가요. 초록 잎, 노란 꽃을 피워 낼 투명한 씨앗! 그 씨앗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마치 눈보라가 흩날리는 모습과도 같아요.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꽃씨를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 고민과 걱정도 함께 날아가 버릴 것만 같습니다. 그 모습은 신비로우면서 경이롭기까지 한 것이죠.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한 번쯤은 '후' 하고 불어봤을 꽃바람은 민들레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입니다. 이런 민들레가 사뭇 대견하게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래 맞아! 언제 어디서든 민들레는 민들레지. 언제 어디서든 나도 나야." 어떤 모습을 하고 어디에 있던지 나는 나답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죠.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딱! 민들레와 같았습니다. 민들레가 온몸으로 전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음 쓰기

나만의 고유한 멋은 무엇인가요?


때론 성장하기 위해 월등해 보이는 누군가를 모방할 때가 있었죠. 끌리는 것을 따라 무작정 물들어 보기도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색깔은 점점 가려지고, 자신이 누구인지 흐릿해져 버리게 됩니다.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인지, 물고기의 여정을 따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그것은 아마도 나를 찾기 위한 노력이 외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여기를 봐도 민들레, 저기를 봐도 민들레,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민들레를 보며, 나도 이토록 강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꽃이 되면 어떨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흔해서 예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상관없어요. 언제 어디서든 나는 나다움을 뽐내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다 보면 알게 되는 날이 올 거예요. 평범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러니까, 오늘은 나만의 고유한 멋을 찾아보고, 그 멋을 다른 누가 아닌, 내가 들을 수 있도록 마음껏 외쳐보기로 해요.

20211012_140144.png < 산책 열한 걸음_마음 쓰기_나만의 고유한 멋은 무엇인가요? >


물고기는 반짝이는 보석들이 부러웠고

민들레는 주목받는 꽃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렇다고 반짝이며 주목받는 것들에게 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러웠지만 이길 수 있었던 그 비결은

어쩐지 불편하고 초라한 자신을 마주하면서도

자신만의 은은한 멋을 뿜어내는 걸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이 너무 가혹해서 흔들리고 무너지더라도

그 끝은 아름답게 빛날 거라는 희망을 품고

꿋꿋하게 나에게서 나다움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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