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다면 이 악물고 끝까지 버티기

[산책 열두 걸음] 고래가 보고 싶거든, 작은 배추

by 김글향

누군가로부터 '독하다, 독종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몇 번 들어본 것 같습니다. 독하다는 말은 어감이 썩 좋진 않아요. 그런데도 저는 그 말이 그리 나쁘게 만은 들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을 끝까지 옴팡지게 버텨냈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나름 즐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적에 친구로부터 '독종'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날은 학교에서 체력장을 하는 날이었지요. 지금은 운동을 매우 싫어하는 상태가 되었지만, 예전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여러 종목 중에서도 주 종목은 '철봉 오래 매달리기'였습니다. 이것은 사실 엄격히 따지고 들자면, 체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기보다 정신력과 싸움이었어요. 몇 분 몇 초의 사투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로 정말 이를 악물고 버텼던 것 같습니다. 올라가자마자 뚝 떨어지는 친구도 있었고, 같이 버티다가 아깝게 떨어지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저는 선생님의 휘슬 소리가 들릴 때까지 버텼습니다. '여기서 떨어질 거면 애초에 떨어지던가, 아니면 무조건 끝까지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후들후들 떨리는 팔목의 아우성을 무시한 채 끝까지 버텼어요. 휘슬 소리가 들리면, 이제 끝났다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시뻘게진 얼굴로 팔을 털고 있는 저에게, 친한 친구가 다가와서 말했죠. "이런, 독한 것아! 넌 독종이야." 그 말이 좋기도 했고, 좋아해도 되는 건가 헷갈리기도 하여, 헤헤 웃었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후 어른이 되었을 때도 삶에서 '오래 매달리기'를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무조건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하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이 찾아올 때마다 저는 운동선수들의 명언들을 찾아보았던 것 같아요. 선수들의 끈기와 투지는 삶 그 자체였고, 그들이 하는 말에는 그 누구의 말보다 강력한 힘, 실천하는 힘이 실려있었습니다. 그중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들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4명의 대표 선수들의 말을 담아보려 합니다.

< 축구선수 박지성 >
"중요한 것은 내가 쉬지 않고 뛰고 있다는 것이지, 그들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
"99도까지 열심히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물은 영원히 끓지 않는다."

< 골프 선수 박세리 >
"나쁜 경험이란 없다. 딛고 일어서는 사람에겐 모든 것이 좋은 경험이다."

< 야구 선수 박찬호 >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선수들의 힘 있는 메시지를 꼭꼭 되뇌다 보니, 그 말에 담긴 뜻이 하나로 모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하나 같이 하는 말, 단 하나의 메시지는 '꾸준함'이었던 것이죠. 준비한 두 권의 그림책으로도 꾸준함을 말해보려 합니다. 고래를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간절히 꿈꾸었던 일을 기다리는 마음과 되 읽을수록 그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야기 <고래가 보고 싶거든>, 겨울의 시련을 견뎌낸 작은 배추 한 포기가, 더 이상 작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 <작은 배추> 이 두 권의 그림책을 살펴보며 소수만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꾸준히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보도록 해요.



그림책 산책 <고래가 보고 싶거든>

많은 걸 참아내며 기다리는 것을 온전히 즐기기


[줄리 폴리아노 글ㅣ에린 E. 스테드 그림ㅣ김경연 옮김ㅣ문학동네]

간절히 기다리는 이에게만 들리는 대답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너른 세상을 마주하고 싶다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단 하나의 노래

이 책은 제목처럼 고래가 보고 싶은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소년은 창문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때 그림책이 말을 건넵니다. "고래가 보고 싶니?" 고래를 보려면 창문과 바다, 시간이 필요했어요. 바라보고, 기다리고, 저게 고래가 아닐까 생각할 시간 말이에요. '저건 그냥 새잖아.' 깨달을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 밖에도 고래를 보려면 많은 것들이 필요했어요. 너무 편하지 않은 의자, 너무 포근하지 않은 담요. 깜박 잠들지 않기 위한 것들이죠.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아름다운 장미 같은 건 모른 척하기, 팔락이는 작은 배의 깃발에 한눈팔지 않기, 펠리컨 따위에 마음 빼앗기지 않기, 꼬물꼬물 벌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기. 많은 유혹을 뿌리치며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고래가 정말 보고 싶다면 바다에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해요. 고래는 언제 나타날지 기약도 없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해요. 소년은 과연 고래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고래는 우리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간절한 꿈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보고 싶은 고래가 있나요? 저는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품은 그 고래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수많은 유혹 앞에서 흔들리고 말 거예요. 고래는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이고, 오래 기다렸음에도 어쩌면 만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래가 보고 싶다면, 고래를 만나는 것보다 고래를 기다리는 일이 더 즐거운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당신만이 볼 수 있는 고래! 고래를 기다리는 그 시간까지도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작은 배추>

겨울의 시련을 견뎌낸 단단한 배추 한 포기


[구도 나오코 글ㅣ호테하마 다카시 그림ㅣ이기웅 옮김ㅣ길벗어린이]

배추꽃을 아시나요? 샛노란 꽃이 왕관처럼 피어난, 작은 배추의 성장 이야기

어린이의 성장을 든든하게 지켜보고 응원하는, 감나무의 이야기

배추꽃을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아주 생소하게 느껴졌어요. 배추는 알지만 배추꽃은 본 적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보며 상상해보았습니다. 언덕 위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옆에는 배추 떡잎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어요. 배추밭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 감나무 옆에서 싹을 틔운 것이었죠. "나는 누구일까?" 작은 배추는 자기가 누구인지 궁금했어요. 감나무는 "아직 어린애구나." 하면서 작은 배추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어요. 작은 배추는 곁에 있는 감나무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며 성장하지만, 밭에 있던 다른 배추들에 비하면 여전히 작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밭에 있던 배추들은 트럭에 실려 채소 가게로 떠나고, 몸집이 작은 배추는 넓디넓은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만 남게 됩니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트럭은 멈추지 않았어요. 그 모습이 너무도 가엽고, 서글프고, 허전하고, 쓸쓸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은 배추에게 채소 가게 아저씨가 남긴 말은 '너는 봄을 기다렸다가 나비랑 놀아라.'라는 말이었죠. 봄이 뭔지, 나비가 뭔지 알 길이 없었던 배추는 잔뜩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배추는 다행히도 혼자가 아니었어요. 그 곁에는 든든한 감나무가 있었지요.

펑펑 함박눈 내리는 깊은 겨울밤, 감나무 곁에 꼿꼿이 버티고 있는 작은 배추를 그린 장면을 보며, 좌절하지 않고 시련을 극복해내는 단단한 배추 한 포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글은 단 한 줄도 없었지만, 배추의 결연한 의지가 온몸으로 전해졌습니다. 봄은 약속을 지키듯 어김없이 찾아왔고, 채소 트럭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나비와 햇살이 다가왔습니다. 겨울을 잘 이겨낸 배추는 노랗고 화사한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그 어떤 배추도 갖지 못했던 샛노란 왕관을 쓴 채 감나무에게 성숙한 모습으로 인사했어요. 겨울의 시련을 견딘 작은 배추는 이제 더 이상 작은 배추가 아니었답니다.



마음 쓰기

내 꿈을 생생하게 떠올려요


고래가 보고 싶은 소년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수많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참고 기다리는 끈기! 무엇보다도 고래를 기다리는 것조차 온전히 즐기는 마음! 그 간절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트럭에 실리고 싶었던 작은 배추의 모습도 지켜보았습니다. 튼튼한 배추들처럼 채소가게로 향하진 못했지만,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꼿꼿이 버텨냈습니다. 길고 긴 겨울을 버티고 다시 우뚝 일어선 배추는, 채소가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금빛 왕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추꽃을 활짝 피운 채 감나무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작은 배추의 눈부신 성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보고 싶은 고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고래를 만나는 길이 작은 배추에게 닥친 시련처럼 차갑고 매섭게만 느껴지나요? 긴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에게 버틸 수 있는 힘,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끌어올 수 있을까요? 웅장하고 거대한 고래의 등장, 배추꽃을 활짝 피우게 될 봄이 오는 모습, 꿈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백번이고 천 번이고 그 모습을 떠올려본다면 기다리는 일이 더는 힘들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바로 지금 바다 한가운데, 겨울 한복판에 서 계신다면 드디어 맞이하게 될 '꿈'을 생생하게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20211013_153934.png < 산책 열두 걸음_마음 쓰기_내 꿈을 생생하게 떠올려요 >


장미의 유혹을 뿌리치며 고래를 기다리는 행복

겨울의 시련을 버티고 봄을 맞이하는 기쁨

이것은 모두가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소수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과 기쁨입니다.


한 번의 꾸준함은 금세 잊힐 추억을 남기지만

거듭되는 꾸준함은 내 삶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꿈을 이루려면

기다리는 시간조차 온전히 즐기며 꾸준히 나아가세요.

가장 큰 힘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입니다.


keyword
이전 12화부러우면 진다고? 아니, 이길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