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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Feb 03. 2022

사주팔자 어디까지 믿으세요?

당신의 신년운세를 봐 드립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사주팔자'는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 또는 이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학문이다. 더 간단하게는 '타고난 운수'라고 표현한다. 사주팔자는 태어난 순간 우주로부터 받은 기운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타고난 사주팔자를 아주 미세하게 믿는 편이다. 

마치, 바나나 과즙이 1% 들어간 바나나 우유처럼 

미약한 진실이 들어 있는 추측일 뿐이지만 

우주의 기운을 송두리째 불신하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와 안부 인사를 주고받으며 만나는 날을 정하던 중이었다.

"목요일 저녁은 안될 것 같아."

"왜?"

"그날 점 보러 가기로 했거든. 너도 같이 가볼래?"

그렇게 신년운세도 보고, 친구도 만날 겸 점을 보러 갔다.


입구에는 '칠성암'이라는 간판이 커다랗게 붙어있었고, 왠지 모를 음습함에 잔뜩 주눅 든 채 안으로 들어갔다. 향냄새를 맡으며 종이에 줄줄 적어 내려가는 글자를 바삐 쫓다가 반은 놓치고, 반은 되뇌며 열심히 들었다. 나와 가족들의 사주팔자, 신년운세를 듣고선 긍정과 부정을 오가는 마음. 그리고 돌아서서 되뇌니 결국 '잘 풀린다'라는 말만 기억에 남아있다. 안된다는 말보다 잘 된다는 말을 들었으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허무했다. 실컷 호응하며 들을 땐 언제고, 왜 돌연 허무했을까?


점을 보고 와서 '사주팔자', '신년운세'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자 마음을 먹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열심히 생각하고, 질문하고, 수집하며 집요하게 파헤진 기록의 조각들을 엮어보니 드디어 알겠다. 

 

그건 아마도

점을 보며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했지만, 

여전히 모호함만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신년운세를 보았던 결정적인 이유는, 올해엔 이루고 싶은 목표가 유난히 뚜렷했고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무척 궁금해서였다. 점을 보는 동안 목표 달성 여부를 연신 물었고, 그에 대한 확답도 들었다. 하지만, 확답은 그 순간뿐이었다. 나는 여전히 모호한 위치 그대로에 머물러 있었다.




언젠가 '더 해빙(The Having)'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명리학이라는 학문에 호기심이 발동했었고, 우주의 기운에 푹 빠졌을 무렵이었다. 레이더망이 그쪽을 향하고 있었기에 부와 행운의 법칙을 전 세계에 전하고 있는 책과의 연이 닿았다. 대한민국 상위 0.01%가 찾는 행운의 여신 이서윤. 그녀는 사주와 관상에 능했던 할머니의 발견으로 일곱 살 때 운명학에 입문했다. 할머니가 본 어린 손녀의 삶은 행운을 불러오는 운명이었다. 책 속에 여러 문장이 가슴에 속속 들어왔는데, 그중 아래의 이야기가 다시금 수면 위로 동동 떠 오른다.

'하늘에는 측량하기 어려운 비바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불행과 복이 있다.' 이런 글귀들이 서윤의 가슴을 울리곤 했다. 마음공부에 지나치게 몰입했던 탓일까? 서윤이 밤새 고열에 시달렸던 날이었다. 아침이 되자 열이 내리며 심한 갈증이 찾아왔다. 마침 머리맡에는 유모가 가져다 놓은 보리차가 있었다. 그걸 단숨에 들이킨 찰나, 서윤의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차가 지닌 맛과 향이 온몸 구석구석까지 전달되는 것 같았다. 보리차를 수없이 마셔봤지만 제대로 음미하는 건 그날이 처음 같았다. 곧이어 깨달음도 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면 세상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  <더 해빙> 본문 중에서


그녀의 말에 따르면 Having은 우리의 렌즈를 '없음'에서 '있음'으로 바꾸는 방법이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그게 Having의 첫걸음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는 비밀은 바로 '느낌'에 있다고 했다. 자신의 느낌으로 부를 창조하는 것,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오는 말을 비유해서 설명하기도 한다.

매트릭스에서 이런 말이 나오죠. '나는 네 마음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곳으로 가는 문까지만 보여줄 수 있다. 그 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바로 너 자신이다.' 결국 매트릭스를 깨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에요.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죠.  <더 해빙> 본문 중에서




신년운세를 보고 온 이야기를 시작으로, 더 해빙(The Having)이라는 책 속의 글귀를 통해 남기고 싶은 기록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점을 보며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었지만

돌아온 것은 확신이 아닌 여전한 모호함이었다.

용하다는 점쟁이도 나의 미래를 바꿔놓을 순 없다. 

원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이끄는 힘은 

내 안에서 펼쳐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나에게 Having은 지금 여기를 느끼는 기록이다.

지금 여기를 느끼는 글이 곧 나의 미래가 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

당신의 

신년운세를 봐 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한 글을 쓰세요.

점쟁이 대신 자신만의 영롱한 영감을 믿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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