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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Sep 21. 2022

독서라 말하고, 나를 읽습니다

나를 느끼게 하는 책의 말들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나니 아침이었다. 전날 읽으려 했던 책을 베개 삼아 잠을 잔 모양... 늘 이 모양으로 책을 대했던 것 같다. 이상하리만큼 책만 펼치면 잠이 쏟아졌고, 남들이 권하는 유명한 책도 호기롭게 시작은 했으나, 끝까지 완주한 기록은... 글쎄... 깊이 생각해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렇게 나는 책을 좋아했지만, 읽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던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질문들이 던져졌다. "죽는다는 게 뭐지?", "삶이 계속된다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야만 했다. 너무나도 절실하게 궁금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그냥'이었다. 읽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책 냄새를 맡는 것은 좋아했기에 습관적으로 옮기던 발걸음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마음을 쏙 뺀 채 읽었던 독서는, 그날 이후 마음을 가득 담은 채 읽는 독서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음에 닿는 문장과 마주할 때 오는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어떤 책이었는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그날 나를 이끌었던 책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모든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곳'이라는 글귀가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던 <오두막>이라는 책이었다.

슬픔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헛된 거였어. 그가 혼잣말로 중얼댔다. '거대한 슬픔'은 더 이상 그의 정체성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자신이 그 짐을 짊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시가 섭섭해하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그가 그 짐을 짊어지고 괴로워한다면 오히려 미시는 슬퍼할 것이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또한 모든 것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온 죄책감이나 절망감이 없는 일상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_ 오두막 본문 중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어야만 했고, 읽고 보니 내가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주인공 맥켄지는 야영지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살리려다가 찰나에 혼자 남은 막내딸 미시를 끔찍한 사고로 잃게 된다. 그 후로 멕켄지의 삶은 무너져 내렸고, 오랜 세월 동안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원망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다가 오두막에서의 치유 과정을 거치는 내용이었다. 맥켄지의 모습을 보며, 갑작스레 떠나보낸 아버지에 대한 내 마음을 읽게 되었고, 멕켄지를 따라 나 또한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소설, 자기계발서, 인문학, 에세이, 수필 등 가리지 않고 읽었던 것 같다. 내 마음에 닿는 문장을 찾는 날이면 행여 마음이 날아갈까 싶어 노트에 마구 갈겨쓰기 바빴다. 밑줄 긋고, 생각을 담으며 꼭꼭 되뇌는 독서를 했다. 그렇게 나를 읽어낸다.


책 냄새를 좋아하던 사람에서 '읽는 사람'으로 접어들게 되면서, 여러 종류의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매번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책들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그림책이었다. 일반 서적은 꼼꼼히 읽는 습관에 따라 나를 읽게 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림책은 그런 절차나 과정이 무색하다 싶을 정도로 또 '그냥'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나는 독서를 한다. 여러 종류의 책도 좋아하지만 내 일상에 젖어든 독서는 당연 그림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림책을 읽으며 나를 읽고, 내 인생을 돌아보는 일상이 루틴이 되어버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지만, 책의 말들과 함께 나를 읽으며, 답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나를 느낀다.




이런 저와 함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당신이라면,

9월 24일 토요일 밤 9시 <인사이트 나이트>라는 강연에서 뵙기를 희망합니다.

✍️ 북 큐레이션 강연_신청서 링크 �


글쓰기로 우주 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9월의 주제는 <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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