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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Mar 21. 2023

별난 꽃, 별난 아름다움

너의 모습은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나이가 들어 변화된 것 중에서 하나는 꽃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웬만한 꽃을 봐도 무덤덤 그 자체였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꽃을 보면 자연의 색감과 코끝에 닿는 향기와, 아름다운 모습에 푹 빠져들곤 한다. 


꽃의 계절 봄이 오면 산책을 즐기게 된다. 동백, 진달래, 산수유 같은 야생화는 물론이고 작은 화단이나 화분에 옹기종기 피어있는 꽃을 발견하고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친정집 근처에는 '온천천'이라는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서로의 모습을 꽃과 함께 추억하기 위한 연인들, 부모가 아이를 찍어주는 모습들. 특히 엄마가 아이를 꽃 앞에 세우고 "좀 웃어봐~ 하나 둘"하며, 그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꼬맹이들이 얌전하게 찍혀줄 리가 없지. 엄마가 찍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카메라 앞을 떠나 뛰어다니기 일쑤. 수많은 노력 끝에 간신히 몇 장 건질 수 있으리라 본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꽃의 아름다움이 나에게도, 내 곁의 소중한 이들에게도 묻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지 않을까. 그리고 꽃과 함께 아름다운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세상 모든 꽃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듯이, 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꽃과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데, 아주 별난 꽃을 발견했다. 흡사 아수라백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꽃. 일반적으로 식물은 한자리에 뿌리내리면 평생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꽃가루를 옮겨줄 도우미가 필요하다. 바람, 곤충, 동물, 사람이 그 일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듯 별난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별난 꽃을 바라보며, 특유의 별난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카리스마 넘치는 그 모습이 무척 당당해 보이기까지 하다. 휴대폰을 꺼내어, 나의 발걸음과 시선을 모두 사로잡은 이 꽃을 사진에 담아본다. 사람이 꽃과 같은 존재라면, 오늘 내가 본 이 꽃의 별난 아름다움이 나에게도 묻어났으면 좋겠다. 나도 별나지만 특유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다.



꽃을 바라보며 줄줄 쏟아지는 생각을 글에 담아본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치킨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반반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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