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할 수 없는 외침! 글 안 쓰고 뭐해?
지난 화요일 나에게도 시대의 역병이 찾아왔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결국 두 줄을 보고야 말았다.
그 미세한 심경의 변화를 두 장의 사진으로 표현해본다.
지난 2년을 피해왔건만, 허무하게도 유행을 따라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자전거 탄 풍경의 멜로디와 함께 코로나 걸린 풍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유난히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 내 몸을 밟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등이랑 어깨가 결린다. 괜스레 남편이 자는 쪽을 향해 쏘아보다가 기분 탓이겠지... 체념하고 주방으로 이동했다.
또르르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을 받았고, 받은 물을 목구멍으로 넘기려는데 갑자기 커다란 바늘이 콕콕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순간 섬찟한 기운을 감지했다. 혹시? 다분히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일주일 전 아이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해방의 민족이 되자마자 할 일이 없어진 그놈은 곧바로 나를 찾아온 것이다.
격리한답시고, 밥 따로 화장실도 따로 최대한 떨어지려 했지만, 한집에 살면서 그게 쉽지 않았다. 아이한테 옮았다는 기정사실을 받아들이며 서둘러 신속 항원검사를 받으러 갔다. 벌써 세 번째 코 쑤심! 두 번째까지만 해도 '음성'으로, '역시 우리는 우월해! 슈퍼 면역력이야!'라며 자만심을 안겨주더니만... 증상이 나타나자 의심의 여지도 없이 '양성'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렇게 두 줄을 보고야 말았다. (뒤이어 남편도 두 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후련함'이었다. 아마도 아이가 먼저 걸렸기에 우리는 빼도 박도 못하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게임 아웃되었으니, 그놈 코로나를 더 피해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후련함이었던 것 같다. 물론 최대한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코로나 후유증은 감기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는다고 하니, 걸리지 않은 자가 승자인 셈이다. 아쉽게도 우리 가족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완전히 패배했다. 그렇지만 내일이면 해방의 민족이 된다는 사실에 몹시 후련하다.
코로나 확진 시 나타나는 증상과 후유증은 인터넷에 수두룩빽빽하게 나오니 굳이 나까지 보탤 이유는 없지만, 대표적으로 세 가지 증상이 도드라지게 기억에 남는다. 몸살, 인후통, 미각둥절.... 몸살과 인후통은 아프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딱 그 수준이다. 이틀 정도는 꼼짝없이 누워있었고, 이후에는 서서히 회복되면서 견딜만했다. 그런데 '미각 둥절' 이 증상은 정말 생소했고, 무서웠다. 일반적으로 미각 상실이라고 표현하던데, 어떤 음식을 먹어도 어리둥절하게 아무 맛이 안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너무 낯설었고, 고문이 따로 없었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는데도 물은 아닌 것 같은데 무맛이라니... 이로 인해 놀랍게도 삶의 질을 운운하게 되었다.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니 먹기는 먹는다만, 맛있는 걸 먹어도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는 고통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일상에서 동동 떠다니는 글감들을 흘려보내며
느낄 수 '없음'에 맞춰진 초점을 다시 '있음'으로 전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쑥불쑥 찾아온 외침 '글 안 쓰고 뭐 해?'라는 내부의 소리를 더는 무시할 수 없었다.
+
'그래 쓴다 써!'
코로나태니즘과 글태기 속에서
나를 다시 일으킨 미각둥절 사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고 보니 또 글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