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글향 Jan 17. 2021

이태원 클라쓰를 보다가

못 다했던 작별인사

남편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몰아보기를 하며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이 드라마에 흠뻑 취했고, 지난 주말에 이어 연속으로 정주행을 달리다가 15화까지 온 것이다. 마지막을 앞두고 드라마 남자 주인공 새로이는 차에 치여 사경을 헤매고 있다. 그리고 꿈속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 이때부터 내 마음이 심상치가 않았다. 남편도 아는 눈치였다. 애써 화재를 돌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눈물이 폭풍처럼 쏟아져버렸다.


이태원 클라쓰-아버지와의 작별인사

남자 주인공 새로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꿈속에서 새로이는 아빠와 함께 길을 걷고 있다. 다리 앞에 선 아빠, 새로이를 바라보며 "더 이상... 네 마음이 쓰리지 않은 곳. 다 왔어. 이 다리만 건너면 돼." 그 순간 새로이는 이서(여자 주인공)를 떠올렸고. 아빠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냐 묻는데 새로이는 많이 힘들었다 대답한다.

사실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빠가 그립고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산다는 거 자체가 버거웠다는 새로이. 한 번만 안아봐도 되냐며 아빠를 꼭 끌어안았다. " 다시 태어나도 저는 아빠 아들이고 싶어요.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뒤로 물러섰다.

"죄송해요. 평생 쓰린 밤을 지새우더라도 제 밤은 더 이상 쓰리지만은 않아요. 저를 필요로 하는 제 식구들이 있고 이 녀석들이랑 보낼 내일이 궁금해요. 기대돼요. 아빠는 이제 없지만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다 안고 살아갈 겁니다." 아빠는 그런 게 인생이라며 미소 짓는다. 살아만 있다면 뭐든 별 거 아니라는 아빠의 말... 아빠는 새로이를 뒤로 하고 혼자 다리를 건다.


치킨을 먹다가 오열하고 말았다. 보고 싶은 아빠... 그리운 아빠 생각에...  꿈에서라도 아빠를 만난 새로이가 부럽기만 하다. 우리 아빠는 괜찮은 걸까. 잘 계시는 걸까.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빠를 나는 찾을 수도 볼 수도 없는데...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립고 보고 싶고... 단 1분이라도 좋으니 마지막 인사라도 나누었으면...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나에 대해 내 삶에 대해 고민했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빠는 마지막 가는 길에서조차 딸에게 깨우침을 선물하고 가신 거다. 이별이 너무도 갑작스러워 작별인사를 나누진 못했지만 아빠는 지금도 나에게 말하고 있다. 예쁜 우리 딸 멋진 인생 살다가 만나자고... 네가 원하는 인생 살다가 오라고... 누구보다 네가 제일 소중하다고... 그렇게 나에게 햇살로, 바람으로, 공기로, 마음으로 말하고 있다.


아빠 덕분에 나는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이루고 싶은 꿈도 생겼다. 매일 새벽 고요한 시간 속,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글향이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유명한 작가가 되어 사람들과 함께 생각을 소통하며 살아가는 인생을 꿈꾸고 있다. 그것이 나에게 의미 있는 진정한 삶이라는 것을 아빠가 알려주신 것이다.


길을 가다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흰머리 아저씨를 볼 때면, 공원에서 손을 잡고 지나가는 할아버지와 손자를 볼 때면, 무심코 앨범을 넘기다가 엄마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속 아빠 얼굴이 나올 때면, 티브이에서 누군가가 아빠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여지없이 아빠 생각이 난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다가도 불쑥불쑥 생각이 난다. 그리고 마음으로 속삭인다. '아빠 나 잘살고 있지? 아빠도 편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그러다 한번쯤 내 꿈에 들러서 사랑한다고 말해줄래요. 다시 만날 때까지 나는 그걸로 충분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성장기 때 찌는 살은 다 키로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