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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Jan 25. 2021

집에 복이 들어온다는 사과그림

빨간 사과 초록 사과 그리기

2021년은 여느 해와는 달리 좀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것 같다. 연초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미뤄왔던 도전을 하나둘씩 스스럼없이 펼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이번 해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본캐와 부캐라는 말이 있듯이 나에게는 베짱이 모드와 개미 모드가 존재한다. 베짱이 모드가 장착이 되면 세상만사 모든 게 다 귀찮아져서 먹고 자고 쉬고를 계속 반복한다. 개미 모드가 장착이 되면 세상 모든 일에 열심히며 하루를 깨알처럼 살아간다. 늘 한결같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비수기와 성수기에 맞춰 움직이는 베짱이와 개미가 있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는 꿀 같은 휴식이 필요하고, 비움이 있어야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베짱이 모드에는 충실하게 비워내고 개미 모드에 가득가득 채워나가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개미 모드가 장착되어있고, 인생에 있어 성수기 시즌이 왔으며 하루를 가득가득 채워나가는 삶을 살아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보통 개미 모드가 장착이 되면 업무에 몰입하는 것이 공식 룰이었는데 이번 경우는 좀 달랐다. 내 안에 개미를 살펴봤을 때 공적인 일에서도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업무 외적으로 취미생활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는 생활, 그림을 그리는 생활, 책을 보는 생활에 대한 루틴이 제법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미뤄두었던 취미생활을 하나 둘 꺼내보기 시작했고, 오래 묵혀두었던 집의 내부 인테리어 중에 하고 싶었던 것이 번쩍 떠올랐던 주말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취미가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직접 그린 그림액자를 집에 걸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자유롭게 상상해서 그리는 그림은 아직 잘 못 그리지만 사진을 보고 따라 그리는 정도는 할 수 있었기에 이번 주말은 열일 다 제쳐 두고 액자 그림을 그려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남편이 얼핏 사과나 해바라기를 집에 걸어두면 좋다고 이야기한 것이 떠올라서, 사과와 해바라기를 상대로 인터넷 조사에 들어갔다. 인터넷을 뒤적뒤적 검색해보니 걸어두기만 해도 돈과 복이 들어오는 풍수 인테리어로 사과, 모란꽃, 해바라기, 장미, 닭, 부엉이, 호랑이, 코끼리, 말, 황금 잉어 등이 있었다. 이 중에서 무엇을 그릴지 생각해보았고 선택은 매우 단순했다. 나의 아마추어 그림실력을 감안했을 때 상대적으로 사과가 쉬워 보였기에 사과를 선택한 것이다.


이때부터 사과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잘 그리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나는 색연필이 주 무기였지만 붓을 들었다. 오랜만에 수채화를 진행하려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명암을 주는 방법은 동일했지만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서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터치했다. 3시간 정도 지났을까 슬슬 입질이 왔다. 이러다간 한 달도 더 걸리겠다 싶어서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편안하게 가기로 했다.

빨간 사과 1개, 초록 사과 2개를 선택하여 그림을 그려나갔고(메인 사진은 완성본) 돌아오는 주말까지 최종 완성하여 액자에 넣고 집에 떡하니 걸어둘 걸 생각하니 마음만은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림 도구를 정리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 업무나 집안일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한데 왜 이렇게 일을 벌이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린 결론은 아마도 신중하지 못해서 인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뭐든지 시작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해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그림만 해도 그렇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우지도 못했는데 이런 실력으로 집에 액자를 건다면 남들이 비웃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에이 몰라.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해보는 거지 뭐.' 하며 깊이 재고 따지고 할 시간에 그냥 한번 그려보는 것이다. 사실 내 그림을 전문가가 본다면 콧방귀가 나올 것 같다. 완전 아마추어 실력일 테니까... 하지만 뭐 어떤가? 하고 싶어서 해보는 건데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해보고 아니면 안 하면 된다. 이런 사고가 자리 잡히기 시작하면서, 어떤 일을 해도 고민하는 시간에 시작해버리게 되었다. 시작이 쉬운 사람.. 양은 냄비 같은 사람이지만 상관없다. 이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재고 따지고 망설일 시간에 그냥 해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보지 않고 머릿속 생각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판단할 수 없다.

그것이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일단 해보면 알게 된다.

우리는 언제나 거창한 미래를 상상하고 꿈꾸지만

결국 오늘의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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