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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Jan 29. 2021

개그맨 조세호의 이유 있는 눈물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며

어제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잠에서 깨어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동영상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에 배우 김영선 씨가 출연한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비몽사몽 무념무상인 상태로 아무 기대 없이 영상을 클릭했을 뿐.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배우 김영선 그녀는 누구인가?

그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의 아내 역할, <추격자>에서 하정우의 누나 역할, <손님>에서 무당 역할, <응답하라 1994>에서 정우 엄마 역할을 소화했다고 한다. 사실 죄송한 얘기지만 그녀를 보았을 때 이름은 전혀 알지 못했고, 얼굴만 살짝 낯이 익은 정도의 느낌이었으며 출연작을 줄줄 이야기해도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가물가물한 기억 속 저편에 있었던 배우였던 것 같다. 범죄와의 전쟁에 나온 이후 "난리 났네. 난리 났어"라는 유행어의 당사자라고 하는데 그마저도 해당 장면을 보고서야 '아, 저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에게는 그렇게 밋밋했던 그녀의 존재가 영상 하나를 접함으로 인해, '뭐지? 이 배우는 어떤 사람인 걸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고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존재로 180도 달라진 것이다.   

해당 영상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여러 이야기 끝에 유재석이 배우들의 눈물 연기를 보면서 갑자기 눈물이 어떻게 뚝 떨어지는지를 물어보았고 그녀는 그냥 슬프니까 눈물이 나는 거라고 말한다. 이미 자신은 그 배역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눈물이 금방 나온다고 말했고, 그녀는 촬영 현장에서도 10초 만에 눈물을 흘리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대 배우가 감정이 안 잡힌다 싶으면 감정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통해 도와주기도 한다는데, 이 말에 유재석은 지금 여기에서도 누구를 울리는 것이 가능하냐 물었고, 그녀는 조세호를 지목했다.

세호 씨의 감정을 제가 만지고 싶다고 말하자, 유재석과 조세호는 개그맨들이 하는 일이 웃는 일이라 그런지 몰라도 바로바로 울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덧붙였다. 이 말에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세호를 향해 몸을 돌려 앉아 두 손을 꼭 잡는다.


"여기 상황 보지 마시고 눈치 보지 마시고 지금 제 눈만 보세요. 저한테만 집중해주세요. 제가 뭐라고 하는지 제 마음을 읽어주세요." 그러고는 눈빛으로 말했다. 조세호의 눈을 바라보며 눈썹을 움직이며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그렁그렁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세호에게 그렇게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진심 가득한 눈빛을 바라보며 조세호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느새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고 이내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녀는 세호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세호는 오열했다.



조세호는 왜 눈물이 났을까?

어리둥절한 유재석이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니 조세호는 이렇게 말했다.

배우님께서 눈빛으로 저를 어루만져 주셨어요. 제가 요즘에 많이 드는 생각이 저도 사람인지라 누군가한테 위로받고 싶고 한 번쯤은 기대고 싶고 이런 적이 있지만 그냥 생각만 했는데, 방금 눈빛으로 저를 너무 위로해주시고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예요 라는 응원을 계속 보내주시까 저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그렇다. 누가 되었건 간에 진심 어린 눈빛으로 나의 감정을 읽어주고, 나를 공감해주고, 순도 100% 내 편이 되어 준다면 힘들었던 일들이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리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었던 불편한 감정들이 무장해제되어 눈물로써 줄줄 새어 나오는 것이다.



조세호는 그렇다 치고, 도대체 나는 왜?

아침 댓바람부터 이 영상을 접한 나 역시 눈물이 줄줄 새어 나왔다. 배우 김영선 씨의 눈빛을 보고, 조세호와 같이 위로받으며 눈물이 나왔다는 것은 무슨 의미였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남이 우는 모습 보고 따라 울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나 조차도 인식하지 못했던 불편한 감정들이 마음속 깊숙이 꽁꽁 숨겨져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어쩌다가 불편한 감정들을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것일까? 그 감정은 도대체 어떤 감정들이었길래 이렇게 뜬금없이 불쑥 튀어나왔단 말인가... 내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공감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들이었다. 아마도 이곳 브런치에서 나의 활동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과 위로, 인정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이다. 배우 김영선 씨처럼 내 글을 읽어주며 공감해주고, 내 글에 누군가가 위로받거나 나를 위로해주며, 순도 100%의 마음으로 나를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구독자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데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글쓰기 현실에 나도 모르게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소리가 나오냐고 나 자신을 다그쳐보아도, 작가 생활의 기본 욕구인 듯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보다.


그게 그렇게 힘들었냐고 또다시 물어본다. 관종도 아닌데 단순히 사람들의 공감, 위로, 인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글에 대한 방향성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일주일을 보냈던 것 같다. 거의 매일 글을 쓰다시피 하며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에 글들을 다시 돌아보며 분석 들어갔다. 아니,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기보다 결국 나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나는 어떤 글을 적어야 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나를 통해 알고 싶은 정보는 무언인지에 대해 풀리지 않은 숙제가 남아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알게 되겠지. 어떤 글을 쓰고 싶고 어떤 글이 가치로운 것인지 드러나겠지. 생각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민을 거듭하지만 그만큼 이 활동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이고, 잘하고 싶은 것이고, 나의 가치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라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이 불명확하지만 딱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알맹이가 들어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것. 바쁜 시간을 투자하며 애써 읽어 내려갔는데 뭐라도 건질 게 있어야지. 그것이 마음의 위안이 되었건 정보가 되었건 간에 글에서도 주거니 받거니가 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 나 역시도 알맹이가 들어있는 글을 읽는 게 좋으니까. 알맹이가 들어있는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다.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정돈하고 또 글을 써본다. 지금 현재의 내가 다는 아니니까. 내 안에는 아직 많은 가능성들이 들어있기에 초심을 뿌리째 흔들지는 말아야지. 어차피 내면의 나와 소통하기 위해 글 쓰는 활동을 시작한 것이고, 알맹이가 있는 글을 꾸준히 쓰다 보면 나와 통하는 누군가로부터 자연스레 공감과 위로, 인정을 받게 될 테니 이곳 브런치에서 현재 상황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지금도 내 글을 구독해주고 라이킷해주시는 소중한 분들이 충분히 계시지 않은가.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품고, 느리지만 중도하차 없이 시선을 멀리 두고 꾸준히 걸어갈 것이라 다짐해본다.


아무 생각 없이 접했던 영상 하나에 이렇게 또 많은 생각을 품어보고, 흘려버릴 수 있는 생각들을 글로 포장하여 이곳에 담아보았다. 이래서 나는 글쓰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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