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카드_'취행'
취향과 행복
- 취행(趣幸) -
나의 취향이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길
오래간만에 온 가족이 함께 쉴 수 있는 휴일 아침이었다. 거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우리는 그날의 계획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도서관에 들러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남편은 함께 등산을 나가 자연 속에서 활력을 찾자고 했다. 아이 역시 할 말이 있었다. 핸드폰을 열어 평소 가보고 싶었던 음식점 목록을 보여주며, "오늘은 무조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지만, 우리가 하루를 보내고 싶은 방식은 모두 달랐다. 각자의 취향이 얼마나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기로 했다. 남편의 제안에 따라 등산을 하고(등산이라기보다 작은 동산에 오르기로), 아이가 고른 맛집에서 점심을 즐긴 뒤, 집으로 돌아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원만히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선택의 순간마다 작은 파열음이 일었다. 산을 고를 때에도, 음식점을 정할 때에도, 심지어는 영화를 고를 때조차 각자의 취향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었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맞춰보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이 작은 불협화음은 다툼으로 번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나름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 무렵, 우리는 웃으며 말했다. "다음 휴일엔 각자 하고 싶은 대로 보내자!" 그 말은 농담 같았지만, 어쩌면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의 표현이기도 했다. '따로 또 같이'. 우리 가족의 방식으로 행복을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모습은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타인과 함께하는 순간에서 에너지를 얻고, 또 누군가는 혼자 있는 고요함 속에서 평화를 느낀다. 추운 겨울날에도 어떤 이는 '얼죽아'를 고집하고, 다른 이는 따뜻한 라테 한 잔으로 위안을 얻는다. 좋아하는 색, 노래, 음식, 옷, 헤어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선택은 모두 그 사람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취향은 단순한 선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취향은 내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작은 선호 하나에도 내 감각과 기억이 스며들어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만들어준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취향은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흔적일 것이다. 그리고 이 취향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날 아침,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즐기려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내가 좋아했던 고요한 사색의 시간, 남편이 등산을 준비하며 보인 활기, 그리고 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맛집을 이야기하는 모습. 이 모든 순간이 각자가 가진 고유한 취향과 행복의 조각들이었다. 그것은 남의 것을 흉내 내기보다, 내 안에 이미 자리 잡은 소중한 감각과 기억을 발견하는 과정이었음을.
행복에 이르는 길에는 정해진 방식이 없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다. 누군가의 취향 혹은 행복을 흉내 내기보다는, 내 취향과 내 행복을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진정 나답게 살아가는 길이다. 그렇게 작고 소중한 선호들이 모여 나만의 다채로운 색깔을 이루고, 그것이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의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