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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감정으로 나를 이해하다

나로카드_'감상일'

by 김글향
일상과 감정
- 감상일(日) -
일상에서 감정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시간

1. 감상일_앞.jpg


평범한 하루를 맞이하는 듯 보이는 순간들에서도 마음속에는 끊임없이 많은 감정의 물결을 일으킨다. 아침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끼는 작은 행복감, 출근길 도로 위에 밀려드는 차량 사이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짜증. 이런 사소한 감정들은 마치 파도처럼 나의 일상에 스며들어,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다.


명절 연휴가 끝나고 맞이한 보통의 일상은 어딘가 허전하면서도 익숙한 풍경을 담고 있었다.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보낸 따뜻한 시간이 일상의 빈틈을 채워주었지만,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아침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책상에 앉아 오늘 하루를 계획했다. 따뜻한 커피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며, 마음속에 잔잔한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창밖을 바라보며 느낀 아침의 상쾌함은 연휴 동안 쌓인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듯했다. 책을 펼쳐 읽거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이 순간, 나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회사 대표로부터 갑작스럽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후... 그럼 그렇지. 어쩐지 오늘은 조용하다 싶더라.' 그렇게 평화로운 하루의 리듬은 한순간에 깨졌다. 한낮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따사로움을 뿜어도, 마음속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컴퓨터 앞에 앉아 산더미 같은 자료를 검토하면서,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졌다. 어느새 연휴의 여유로움과는 정반대의 긴장감이 하루를 지배했다.


업무가 몰려들수록 감정의 파도는 더욱 거세졌다. 거래처와 협업 과정에서도 작은 오해가 발생하며 감정의 기복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잠시 밖을 나와 커피숍에 앉았다. 따뜻한 카페 모카 한 잔과 함께하는 이 짧은 휴식이 내 마음을 다독였다.


'후' 숨을 고르고 달콤한 커피를 한 모금 머금는다. 노트북을 열고 하얀 화면 위에 오늘의 일상과 감정을 하나씩 적어 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쓰는 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계속 쓰다 보니, 오히려 점점 더 솔직해지고 있었다. 오전의 평화로움과 오후의 스트레스, 그 극명한 대비 속에서 불안의 근원을 찾고 싶었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사이, 서서히 깨달았다.


스트레스의 진짜 원인은 '설렘의 부재'였다. '무슨 일을 설렘으로 하나?'라는 반문이 들리지만, 나는 일을 연인처럼 사랑하며 깊이 몰입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은 뒷전이 되고, 의무감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내 자리를 대신했다. 회사의 비전과 업무 방향이 바뀌면서 내 흥미도 점점 시들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이 시점에서 한 가지 확실한 건, 내면 깊은 곳에서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는 것이다. 글을 쓰며 그 불안을 들여다보자, 마음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글을 통해, 나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배웠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문장이 아니라, 내 마음의 깊은 결을 그대로 옮겨 적는 글쓰기. 초라해 보여도 괜찮았다. 이 공간에 솔직히 마음을 끄적이는 일은 나를 위로하고, 나를 이해하게 만드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였다. 꾸미지 않는 진심이야말로 나를 치유하는 힘이었다.


아침의 평온함과 오후의 불안, 그 모든 감정들은 나의 하루를 구성하는 여러 색깔이었다. 행복, 피로, 긴장, 설렘, 그리고 다시 평화. 이 다양한 감정의 파동이 모여, 오늘의 나를 완성시켰다.


나는 하나의 색깔로 정의되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감정의 색들이 나를 이루고, 그 색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일은 곧 나를 이해하는 여정이 된다. 매일의 감정을 돌아보는 이 작은 습관이, 결국 나를 더 깊이 알고 사랑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1. 감상일_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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