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시간 / 이진희 글 그림]
그림책을 펼치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글자들이 쭉쭉 처지듯 이렇게 내려온다.
아
주
힘
든
날
이
면
나
는
작
아
져
{첫 번째,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
첫 페이지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마음이 헛헛하고 힘들 때 도토리 시간 그림책을 열어보았는데 청소기에 빨려 들어가는 먼지처럼 그렇게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림만큼이나 내용 또한 흡입력이 상당했다.
책 속의 주인공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작아진 몸이 되어, 곳곳을 누비며 여행하는 내용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글과 그림이 역동적으로 살아움직인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혹시, 오늘이 당신에게 아주 힘든 날이었다면
지금 바로 '도토리 시간' 그림책을 함께 감상해보자.
{두 번째,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아주 힘든 날이면 나는 작아져."라고 말하며 진짜 작아진다. 작아진 주인공은 여행을 떠난다.
거친 빵의 계곡을 지나, 희미한 책의 숲 속을 걸어가, 소란한 들판을 가로질러, 기억이 담긴 바다를 건너, 심술궂은 고양이 산을 넘으면 거의 다 왔다고 말한다.
주인공이 "다람쥐야!" 하고 부르니 꼬리가 탁! 펼쳐진다.
주인공과 다람쥐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듯했다. "오랜만이네", "안녕?" 인사를 건네고 도토리 뚜껑을 열어준다. 주인공은 도토리 안으로 들어가서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마치 아지트 같은 느낌이다. 도토리 속 세상에서 편안하게 누웠다가 뒹굴 뒹굴 거리다가 작은 문을 열어 세상을 바라본다.
새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산들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느껴진다. 주인공은 제대로 힐링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조금 심심해지면 뚜껑을 열어서 다람쥐를 올려다본다. "고마워", "또 와" 서로 인사를 건넨다.
주인공은 숲의 뒤편에 앉아 가만히 기다리고
저마다의 도토리 시간이 고요히 흐르고 나면
우리는 함께 하늘을 본다.
{세 번째, 마음 살피기}
저마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이유와 원인들로 인해 힘들고 지치는 시간들이 있다. 그럴 땐 이런 생각을 한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 도토리 시간 속 주인공은 작아진 몸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향해 여행을 떠난다. 자신만의 도토리 시간을 가진다. 주인공을 따라 도토리 시간을 함께 즐기다 보면, 따뜻한 그림으로 위로를 받고 나만의 도토리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도토리 시간이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 같다. 그 시간을 통해서 재충전을 하고 다시 살고 있는 세상 속으로 나올 힘을 얻는다. 그렇다면 나만의 도토리 시간은 무엇일까?
장시간의 티브이 시청이 될 수도 있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넷 쇼핑,
달콤한 초콜릿으로 군것질하기,
게임에 빠지기 등 다양하다.
겉으로 보기엔 나를 위한 시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순한 즐거움을 찾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것은 도토리 시간이 아니다. 위와 같은 행위들은 괴로움을 잊기 위한 목적이 주가 되며 생산적이기보다 소모적인 활동들이 많다. 복잡한 사고나 단계를 거치기보다는 간단하고 즉흥적인 것이며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시간들을 나만의 도토리 시간이라고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보다 더 의미 있고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시간, 나의 영혼에 비타민을 투여하는 시간... 그런 도토리 시간을 찾아야 한다.
나에게 묻는다
- 나는 어떤 때 / 상황에 힘이 드나요?
- 나의 도토리 시간은 무엇인가요?
- 도토리 시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네 번째, 마음 챙기기}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마음도 몸도 몹시 쪼그라드는 그런 날. 이대로 괜찮은 건지? 이 길이 맞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로 인해 생각에 생각을 욱여넣다 보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부정적인 기운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에 도토리 시간을 열어보았다. 일상의 모든 것들을 떠나 도토리 안으로 들어온 주인공은 뒹굴거리며 혼자만의 빈 시간을 고요히 누린다. 그 안에서 마주하는 자연은 주인공에게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 에너지를 채워준다. 심심함을 느낄 만큼 감정의 여유를 되찾은 주인공은 도토리에서 나온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도토리 시간들도 끝나기를 고요히 기다린다. 저마다의 도토리 시간이 끝나면 함께 하늘을 바라본다.
나에게 도토리 시간은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 생각들을 글로써 주절주절 늘어놓는 시간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억지로 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끌리듯 생각을 적어 내려가며
글 숲에서 뒹굴 거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고요히 누린다.
아주 힘든 날이면
다람쥐가 선물한 도토리 시간 속으로 들어가서
혼자만의 빈 시간을 고요히 즐기며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 에너지를 가득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