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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Jun 07. 2021

떠도는 삶에서 필요한 것

신나는 글쓰기 1일 차 미션 - 오늘, 나만의 밴을 꾸려봐요

'신나는 글쓰기' 4기 1일 차입니다. 

< 1일 차 미션 : 오늘, 나만의 밴을 꾸려봐요 >

어느 날, 유랑하는 삶을 살게 된 겁니다. 갑자기, 노매드가 되어야 하는 운명을 맞은 겁니다. 떠돌아다니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거죠. 만약, 집 없는 삶(유목민의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 앞으로 펼쳐질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실 건가요? 그리고 밴 한대에 살림, 즉 짐을 꾸려야 한다면 반드시 챙겨가야 할 물건은 무엇일까요?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 다섯 가지와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영화 노매드랜드를 보셨나요?

저는 바로 어제 보았습니다. 평소 스릴러나 액션 등 자극적인 영화를 즐겨보는 지라(사실, 영화를 보다가 꿀잠을 자주 자는 편이어서 자극적이어야만 끝까지 볼 수 있답니다.) 이 영화는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글쓰기 모임 '신나는 글쓰기'에서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맥주 한 캔을 들고 숙제를 하듯 급히 보았지요. 결국 잠들어버려서 결말은 아직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평소 같으면 "에이, 재미없네" 하고 단순한 결론을 내렸을 텐데, 이번엔 달랐어요. 또다시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단순히 '재미없다' 폴더에 분류해버리기에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남달랐어요. 생각할 여지가 들어있었습니다. 그 여운은 영화를 몇 번 더 접한 후, 생각을 정리해서 이곳에 남겨볼 예정입니다. 


노매드랜드는 2017년 발행된 제시카 브루더의 논픽션 책입니다. 제시카 브루더가 대침체의 여파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 미국 노동자들을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극화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접하기 전에 노매드 랜드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먼저 노매드(Nomad)의 뜻은 유목민, 랜드(land)의 뜻은 땅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즉, 노매드랜드(Nomadland)는 유목민처럼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2008년도 세계 금융위기를 겪을 당시 네바다 주의 경제 붕괴가 있은 후 밴을 타고 미국 서부를 여행하는 현대 유목민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합니다.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영화 속에서 진짜 노매드족 같은 생활 연기를 펼쳤습니다. 남편은 병들어 죽고, 정착했던 도시는 산업이 붕괴되어 노매드족 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인공 (프란시스 맥도맨드)은 벤을 한 대 몰고 이리저리 떠돌면서 생활합니다. 영화 도입 부분에서 펀은 미국 서부의 황량한 벌판 한 곳에서 소변을 보게 되는데, 그 장면이 너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앞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 의 여정이 순탄하지 않겠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들어요. { "나는 캠핑카에 살지만 집이 없는 건 아니야" /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와요. 차라리 수리비 보태서 다른 차 사는 게 낫겠네요." /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차는 내 집이에요. 그 안을 꾸미느라 내 온 정성을 들였다고요." }  타인에게 '집'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캠핑카, 여주인공 에게는 손때 묻은 집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영화 속 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이지만, 그런 인생을 살아가야만 한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노매드족의 생활. 저는 당장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기쁨을 찾아보려 노력할 것 같습니다. 다만, '당분간', '임시', '일시적'이라는 전제를 달고 싶어요. '평생'이 전제가 된다면,  내가 누려왔던 것들에 대한 진한 향수를 잊지 못해 죽는 순간까지 그리움에 파묻히듯 살아갈 것 같으니까요. 노매드족의 생활이 나에게는 결론이 아닌 과정의 삶이 되기를 바라며, 끝내 위기를 극복한 성장 신화로 만들어놓고 싶습니다. 그리고 먼 훗날 한 장의 사진을 꺼내 보며 추억 속의 페이지를 여유롭게 열어보는 한 장면이기를 바랍니다.


나에게 노매드족의 생활이 '임시'로 주어지길 바라겠지만, 좀 더 몰입하기 위해 '평생'을 전제로 짐을 꾸려야 한다면, 반드시 챙겨가야 할 다섯 가지 물건은 무엇일까요? 어떤 물건을 챙겨 갈까요? 


아마도 산더미처럼 짐을 꾸려야 할 테지만 여러 물건들 중, 이 물건들은 꼭 챙길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노트북 (글 쓰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토록 특별한 글감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노매드족 생활을 낱낱이 기록하여 책으로 엮어 낸다면 혹시 모릅니다. 이렇게 써낸 글들이 베스트셀러의 영광을 안겨줘서 평생이 아닌 임시로 간직할 추억이 되는 성공신화를 일으켜줄지도... 정신적인 건강 차원에서도 치유의 기능을 위해 열심히 쓰려면 노트북은 필수템일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미술 도구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안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노력 중에 하나로 자연을 벗 삼아, 특별한 인생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고급 커피와 귀한 찻잔 (유목민의 생활을 오롯이 즐기지 못하는 날,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한 없이 작아지는 나와 마주하는 날에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평소엔 아껴두었다가, 초라해지는 날을 맞게 되면 비싸고 귀한 찻잔에 고급 커피를 내려마시며, 나를 대접해주는 시간을 가질 것 같아요.) 

네 번째는 블루투스 스피커 (대자연을 눈앞에 두고 듣는 음악은 포기 못합니다.)

다섯 번째는 고데기 (유목민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헤어스타일마저 초라해 보이기 싫습니다.  특히 앞머리..)




노매드랜드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평범한 인생을 완벽히 역행하는 삶이 될 것입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이겠지만 현실의 벽에 수없이 부딪히는 삶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희망적입니다.

평범한 인생에서 완벽하게 멀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내려놓을 수도 있다는 것.

더 많은 것을 움켜쥐려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삶에서 멀어졌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선, 나에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잡고 살아갈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런 삶의 자세가 필요한 건 아닐까요?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핵심 요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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