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이기심이 좋아

by 블블


적당한 이기심을 좋아한다. 때로는 자기를 먼저 챙기는 상대의 이기심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나는 이거 먹고 싶어’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 라는 말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일 때가 있다.


‘너는 뭐 먹고 싶어?’‘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라고 물어오면 가끔 시한폭탄을 떠넘겨 받은 기분이다. 터지기 전에 뭐라고 대답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떠오르는 대안은 없고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먼저 폭탄을 껴안고 자폭하는 이기심을 사랑한다. 솔직하게 지금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간단명료하게 말해주는 사람들.


아직 머리도 감지 않은 채 잠옷 바람으로 침대위에 널브러져 있을 때. 뭘 먹어야 될지 인스타나 트위터를 검색할 기력이 없을 때. 상대방이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에 숟가락만 얹고 싶을 때. 어디라도 좋으니 제발 알아서 좀 찾아줬으면 좋겠는 때가 있다. 사실 이기심은 나에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이기심이 좋다. 나같이 떠넘기는 이기심 말고.


자기가 뭘 할 때 즐겁고 신나는지 아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나도 즐겁다. 자신의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있는 사람의 이기심은 낭비되지 않는다. 곧이곧대로 그 행복한 시간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나의 양보가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뭐 먹을래? 질문에 단번에 위치와 메뉴와 가격을 읊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분명 그 레스토랑에 갔을 때 우리는 행복할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못나오면 어떤가. 불편하게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물론 내가 나가기 귀찮아서는 절대 아니...)


예전에는 미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사람이 멋져보였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숨이 찼다. 지금은 달리던 트랙에 주저앉아 쉬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제치고 달려 지나갔다. 그래도 나는 아직 일어나지 못한다. 아마 나도 무엇을 해야 즐거운지 천천히 생각하는 중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10년 후에 무엇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만큼, 오늘 뭘 먹으면 행복할 지 아는 사람도 아주 멋진 사람이라는 걸. 꿈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않을 만큼, 자신을 챙기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나는 이기적인 사람들을 아주 좋아한다. 적어도 무엇을 위해 어디로 달려가는지 알기 때문에 때로는 분명하게 이기적일 수 있는 것 아닐까. 나도 알고 싶다. 내가 지금 느끼고 싶은 풍미를. 내가 두 눈에 담고 싶은 풍경을. 나에 대해 되도록이면 정확하고 분명하게 알고 싶다.


모든 일에 열정적일 수는 없겠지만, 오늘 내가 먹을 음식, 오늘 내가 가야할 곳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면 좋겠다. 10년 후 말고 그냥 지금, 오늘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런 오늘이 쌓여서 나의 인생이 되는 거니까. 그래서 나는 요즘 영자언니가 참 부럽다. 그만큼 오늘의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다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나와 약속을 잡을 때는 인정사정없이 이기적이어도 좋다. 오늘은 꼭 이걸 먹어야겠다고 으름장을 내놓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고 싶다. 당신이 오늘 피곤하다면, 그래서 쉬고 싶다면 못나오겠다 해도 괜찮다. 나 혼자 먹는 점심도 괜찮을 것이다. 당신의 행복을 위해 쓰인 그 시간만큼, 내가 가고 싶은 곳에도 당신이 꼭 함께 가주겠지. 이건 나의 적당한 이기심이니까. 그러니까 우리 서로 적당히 챙기자. 오늘 나를 편안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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