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사랑받기보다,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안달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주지 못했던만큼 잔뜩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퍼붓기 위해 ‘나’를 이해하려 해보았다. 우리는 거울 앞에 선 우리를 바라보았다. 사랑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풀지 못했던 질문과 의심들이 스스로를 향해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그동안 쌓아온 기호와 취향들이 정말로 우리의 것인지 묻기 시작했다. 혹시 그것들이 다른 이의 기호는 아닐지. 상냥함과 다정함이 누군가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발달된 것은 아닌지.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타인을 위한 양분은 아니었는지. 우리는 계속해서 검토했다. 우리는 우리의 노동이 무가치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도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내 몸, 내 일, 내 인생에 대해서.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움직여 보았으나, 세상은 ‘그딴 것‘ 궁금하지 않다고 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어떤 당신은 ‘우리’ 자리에 자신을 전혀 투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미 ‘우리’ 속에 들어갈 특정한 마이너리티들을 떠올리고 있을 것도 안다. 여성, 어린이, 퀴어, 장애인, 빈민, 노인 등. 그밖에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마이너리티들을. 동시에 당신은 그만큼 절박하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첫 문장을 읽고 더 이상 이 글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떤 당신. 당신에게 우리는 사랑을 바라지 않는다. 당신에게 선택받고 싶지 않다. 그저 우리가 당신과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나는 내가 사랑할테니, 당신은 당신이 당신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양손에 거머쥔 갖가지 수혜들을 자각하길 바란다. 당신이 편하게 숨쉴 수 있는 이 사회의 공기가, 누군가에게는 마스크를 끼고, 호흡기를 차도 숨쉬기 어려운 공기임을, 그래서 이 모든 이야기가 한낱 징징거림이 아닌, 생존의 문제임을 깨닫기 바란다. 오늘도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자신만의 트랙을 달리고 있는 우리들은, 서로 외면하지 않기로 하자. 각자의 선택과 전략을 존중하며, 쉽게 비난하지 말자. 열심히 달리다가, 가끔은 천천히 걷다가, 혹시 마주치면 서로 지그시 바라봐주기로 하자. 어느날 황폐한 마음으로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그때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들을 기억하며 잠시 쉬었다 가자. 여기 오늘 이 글로 수많은 우리에게 나의 눈빛을 보낸다. 받는 이가 우리가 될지, 당신이 될지, 어떨지 몰라 떨리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