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마중

나의 꽃을 피우리 - 자운영

by 연은미 작가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의 향기 그대로
그대가 앉아 있었던
그 벤치 옆에 나무도 아직도 남아있네요
살아가다 보면 잊혀질 거라 했지만
그 말을 하며 안될 거란 걸 알고 있었소

그대여
너를 처음 본 순간 나는 바로 알았지
그대여
나와 함께 해주오 이 봄이 가기 전에



아침입니다. 아이들은 학교 갈 준비를 하고 남편은 출근 준비를 서두릅니다. 저는 과일주스를 갈면서 봄이 떠오르는 노래를 BGM으로 틀어놓습니다. 로이킴의 <봄봄봄>,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도 빼놓을 수 없죠.

입학, 새로운 시작, 새 마음은 만물이 깨어나는 봄과 참 잘 어울립니다. 저는 봄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꽃을 먼저 만나게 될까 설렙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둘레길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꽃은 매화예요. 매화는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중 하나이고 갈색빛 나뭇가지에 고고하게 핀 작고 하얀 매화가 멋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어릴 적 책에서 외운 꽃나무 이름은 생명력이 없었어요. 부끄럽지만 정작 매화와 새콤한 초록 매실이 같은 나무의 꽃과 열매라는 것을 나이 먹고 알았으니 말이에요. 그다음엔 벚꽃이 펴요. 아파트 정문과 후문으로 이어진 도로 양 쪽으로 가로수 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데 어느 날 일제히 하얀 꽃을 피워내면서 거리를 낭만적으로 바꿔놓지요. 예고도 없이 변신하듯 하얀 꽃물결을 선사하니 자연은 위대한 마법사구나 경탄하게 됩니다. 벚꽃은 일제강점기에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꽃이라 화가 나면서도 예뻐서 넋을 잃고 마는 꽃나무입니다. 은은한 색감으로 세상을 산뜻하게 물들이는 파스텔톤 꽃에 약간 무덤덤해질 즈음 화려한 무대복을 입은 철쭉이 위풍당당 등장합니다. 채도 높은 선명한 철쭉이 무리 지어 군무를 추니 시선을 안 뺏길 수가 없어요. 철쭉의 진한 색채는 몸에 또 한 번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나무는 라일락이에요. 아파트 몇 군데 라일락 나무가 있는데 꽃이 피면 꼭 가까이 가서 향기를 맡아봐요. 리라꽃은 향이 진해서 십리를 간다고 하죠.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 우정, 사랑에 싹이 트다 등의 꽃말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리아를 생각해요. 라일락은 제 만화 <나는 사슴이다> 문학소녀 마리아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거든요. 리아는 라일락을 리라꽃이라고 불러요. 리아 동생 '리라'라고. 리라꽃은 리아의 첫사랑을 상징해 주는 꽃이에요.

아, 아파트 밖으로 나가면 무궁화가 차로변으로 길게 이어져 있어요. 꽃잎은 다섯 장이 잔처럼 벌어져있는데 가운데 붉은 테가 있고 거기서 노란 수술이 솟아있어요. 그 아래 돌틈에 작은 민들레를 보면 어찌나 기특한지, 척박한 돌틈에서 생명을 틔운 민들레에게 삶의 태도를 배우죠. 겨우내 잃은 입맛을 쌉싸름한 봄나물이 살려주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얼굴을 내미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겨우내 건조해진 마음을 연둣빛으로, 윤기 나는 초록빛으로 채색해 줍니다.


그렇게 한바탕 화려한 축제가 막을 내리면 꽃나무는 다음 해를 기약하기 위해 화려한 옷을 훌훌 벗고 가벼운 몸으로 여행을 시작해요. 여행을 도와주는 건 자연이지만 작은 손을 보태는 건 꼬마 아이들이에요. 솜털 같은 홀씨를 고사리 손에 쥐고 후우- 후우- 불어주니까요. 꼬마 아이의 입바람에 손에 손 잡고 모여있는 홀씨는 서로 아쉬운 이별을 해요. 가볍게, 더 가볍게. 둥실둥실 바람을 타고 하늘 멀리 날아가요. 어디에 내려앉는 걸까요? 부디 여행이 성공해 내년에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라, 응원하는 마음이 됩니다.


짧아서 더 애틋하고 아름다운 봄 축제를 즐길 준비되셨나요?

길을 가다 처음으로 눈 맞추는 꽃이 있으면 사랑스럽게 바라봐주고 애정을 담아 사진도 찍으며 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진한 자줏빛 꽃인 자운영의 꽃말은 행복입니다. 저는 미리 봄꽃을 떠올리며 봄꽃 마중하는 중입니다. 우리, 봄이 주는 선물 행복하게 듬뿍 누리자고요.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봄꽃 #봄 #일상에세이 #나꽃피 #자운영 #꽃말 #행복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을 살아내는 건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