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었을 때 바로 해치우자

by 연은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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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원래 샤워하기 전에 가볍게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오늘은 5초 망설이다 바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바빠지니 화장실 청소가 귀찮아진다. 한때 화장실 청소가 하루일과의 중요한 루틴이었는데.


3,4년 전 한참 새벽기상에 열을 올릴 때는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청소를 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면 귀에 이어폰을 끼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과 욕조 변기, 세면대에 샤워기로 물을 뿌린 다음 욕실 수납장에 넣어놓은 주방세제를 아크릴수세미에 짜서 거울과 세면대, 욕실 구석구석을 닦고 샤워기로 거울부터 골고루 샤워를 시킨다. 매일 가볍고 재빨리 청소를 하고 나오면 10분 정도 걸렸다. 몸을 움직이면 잠이 잘 깨어 정신이 맑아진다. 청소하는 동안 켈리최 회장님의 아침확언을 듣기도 하고 이어폰을 안 꽂을 때는 자성예언을 서너 번 입 밖으로 내기도 한다. 루틴으로 하다 보니 화장실 청소가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수련하는 기분이었다. 낮에 화장실을 쓸 때마다 깨끗함에 기분도 좋아졌다. 그러다 새벽기상을 조금 늦추면서 화장실 청소를 매일 하는 게 부담스러워 주 2회로 줄였다. 거실 화장실은 화, 목요일에 하고 안방 화장실은 운동 다녀와서 매일 했다. 지금은 큰방 화장실은 이틀에 한 번 정도하고 거실 화장실은 참다가 더 이상 못 봐줄 때 한다. 화장실 청소가 루틴 밖으로 밀려났다. 루틴은 쌓기는 어렵고 깨지기는 쉽다.


한 두 달 전부터 세면대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뚫어뻥을 사다가 부어야겠다 생각하고 화장실을 나오면 까맣게 잊는다. 들어가서 물을 틀면 아, 맞다. 더 막히기 전에 뚫어야 하는데 하고는 화장실을 나오면 또 까먹는다.


샤워실 바닥 수채구멍에 머리카락이 걸려있다. 머리카락을 닦아서 휴지통에 버린다. 귀찮다고 내버려 두면 결국은 구멍아래로 빠지진 머리카락이 쌓이면서 하수구 구멍을 막는다. 결국 쉽게 휴지로 쓱 버리면 될 일을 수채통을 드러내고 고약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 일이 일상에서는 참 많다. 휴지가 두세 개 남았을 때 바로 온라인 주문을 하면 되는데 귀찮다고 미루다 똑 떨어지면 부피 큰 휴지를 슈퍼에 친히 가서 사다 날라야 된다. 바닥이 보이는 샴푸, 화장품도 사야지 하면서 넘긴다. 결국 물을 넣어 헹궈서 탈탈 쓰고는 주문한 제품이 올 때까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욕실 벽에 거뭇하게 올라오는 곰팡이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곳을 잠식해 청소할 마음먹기도 어렵게 만든다. 내일 하지 뭐 하고 넘기다 나중에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일들이 일상에서는 참 많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벌떡벌떡 바로 하는 것이다. 귀찮다고 미루지 않는 것. 눈에 띄었을 때 바로 해치우는 것. 중요한 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발목을 잡지 않게 해야 한다.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많이 모이면 이곳저곳에서 누수가 난다. 집중하다 톡 하고 치고 들어오는 것들이 집중력을 깨뜨린다. 그러니 사실 중요하지 않은 일도 중요한 일들이다.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을 미루다 힘 빼지 말자.


세면대를 보면서 결심했다. 내일 당장 뚫어뻥을 사 와야겠다. 막혀서 큰 돈 들지 않도록 움직이자! 마감 끝나면 다시 화장실 루틴도 되찾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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