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불안의 땅에서 자란다. 내가 그걸 해내겠어? 나 스스로 그걸 해낸다는 걸 기대하지 않으면서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마음이 불안하다. 불안함을 감추기 위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실패는 '경험'의 땅에서 자란다. 경험과 실패는 같은 얼굴이라고 해야 할까? 실패를 많이 했다는 건 경험을 많이 했다는 뜻이다. 실패는 맷집을 키운다. 요령, 기술을 키운다. 실패가 쌓일수록 성공의 확률은 올라간다.
무기력하다고 느낄 때 내 몸은 어떤 상태가 되는가? 눈은 총기가 사라진 채 멍해지고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축 처지고 나른해진다. 머리도 쓰기 싫고 손가락 끝을 꼼지락거리며 그림 그리기도 싫어진다. 괜히 방과 거실을 어슬렁거리며 왔다 갔다 하면서 폰을 만지작거린다.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다. 이런 상태가 잠깐 왔다 가면 바이오리듬이 내려갔구나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그냥 게으른 게 되는 거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고 혼자 있는 시간, 몸이 축 처질 때가 있다. 할 일이 많고 분명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하기가 싫다. 막 놀고 싶지만 먼저 누군가에게 연락해 하루 일정과 루틴을 흩트릴 생각도 없다. 할 일을 하면서 동시에 지루함과 무료함을 느끼는 상태가 반복된다. 난 생각보다 열정이 없는 사람인가 생각한다.
며칠 전 일을 하다 잠이 와서 낮잠을 잠깐 자야지 하고 누웠는데 두 시간을 푹 자고 말았다. 훌쩍 지나간 시간이 아까웠다. 멍한 정신을 차려 책상 앞에 앉았는데 이럴 수가! 집중력이 너무 좋은 거다. 피곤하지 않으니 작업이 재미있고 몰입도가 높았다. 그렇구나. 며칠 무료하고 무기력했던 것은 몸이 피곤한 상태니 몸을 쉬어주라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게으를 정도로 뒹굴거리는 것과 쉬어주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게으름은 용기를 잡아먹고 실패조차도 할 수 없게 만든다. 몸을 잘 쉬어주면서 동시에 경험을 많이 하고 실패의 맷집 키우기가 요즘 내 과제다. 양쪽을 다 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