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접한 역사는 연표와 인물을 달달 외우는 교과서 속 죽은 지식이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역사는 내가 살고 있는 시, 공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라 재미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청소년 역사도서를 접했는데 어른이 읽기에도 재미있고 수준이 높은 책이 많아서 더욱 흥미가 당겼다.
2주에 한 번씩 역사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세븐 독서모임을 한 지 2년이 되었다. 지금 별별챌린지를 함께 하는 장하늘 님, 박경림 님, 김수경-잭스니 님이 우리 멤버다. 첫 책은 <조선왕조실록/박시백>이고 두 번째 책은 <태백산맥/조정래>이다.
얼마 전에 태백산맥 10권을 다 읽었다. 6개월 만에 완독이었다. 조정래 선생님 책은 워낙 유명하지만 대하소설의 부담감에 쉬이 손이 가지 않았었다. 19년도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 한 달 살이를 할 때 숙소 근처 도서관에서 우연히 빼들었던 책이 <아리랑>이었다. 몇 페이지 읽자마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문체가 쉽고 재미있었다. 소설이라는 특징으로 캐릭터에 몰입도가 높아 역사를 생생하게 느껴 더욱 아프고 절절하게 다가왔다. 집에 돌아와서 아리랑 전집을 사고 한동안 <아리랑> 책에 빠져 살았다. 그 후 세븐 독서모임에서 <태백산맥>을 함께 읽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모임에서 함께 생각을 나누니 입체적으로 새길 수 있어서 혼자 읽는 것보다 더 좋았다. 마지막 권을 덮고 꽤 오랫동안 마음이 슬프고 헛헛했다.
1권에서 정하섭과 소화의 사랑이야기에 매료되어 둘이 잘 되기를 바라며 그림으로 그렸는데 남북이 분단되면서 북으로 간 하섭과 남쪽에 남아 있는 소화는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정하섭은 소화가 자신의 아이를 잉태하고 낳은 지도 모르니 얼마나 안타까운가. 두 연인뿐 아니라 나머지 인물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해 보며 시리즈의 여운을 기리고 있다.
다음 책으로 독재정권부터 격동의 민주화 시대를 다룬 소설인 <한강/조정래>을 읽기로 했다. 깨끗한 중고를 구입해서 잘 닦아서 가지런히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6월 중순에는 태백산맥 완독 기념 1박 2일 세븐독서 워크숍이 있다. 수경님이 계신 부산으로 나머지 멤버 셋이 기차를 타고 내려간다. 부산은 전쟁이 나고 피난민들이 몰린 역사적 장소라 의미가 깊은 만남이 될 것 같다. 모임을 시작하고 첫 오프모임이라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