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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May 28. 2023

당신들의 이야기를 남기는 이유

엄마의 이름





크고 나서 아쉬운 건 아빠는 당신의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거의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빠는 형제도 없고 친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빠가 결혼하기 전에 돌아가셨기에 아빠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면 아빠의 옛이야기를 알 수가 없다. 고작 엄마에게 단편적으로 들은 게 전부인데 정 없는 엄마 입에서 나온 말이 좋을 리가 없다. 이따금 술 기운에 하시던 말씀도 항상 몇몇 시기의 사건만 반복할 뿐이었다. 아빠에게 유난히 새겨진 순간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빠를 이해하기에 부족했다. 

처음으로 엄마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메모하며 어린 영숙이에게 연민의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몽실언니(권정생)가 떠올랐다. 그 시대 가난한 집 계집애들은 공부보다는 집안일을 해야 했고 어릴 때부터 동생을 업고 돌봐야 했다. 영숙이의 시점으로 글을 써보니 같은 여자로서 엄마의 마음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부모의 이야기를 남기는 이유는 좋든 싫든 내 뿌리이기 때문이다.  크면서 나는 내가 모르는 젊은 시절 부모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내 기억은 고작 대여섯 살부터인데 그 전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혼자서 태어나 혼자 먹고 컸을 리는 없다. 구체적인 상황과 마음을 알수록 부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배운 근대사와 그 시대를 살아낸 부모의 팍팍했던 삶을 잇다보니 기록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소소한 일상기록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어린 시절 매 순간 힘든 일만 있었을까? 사랑하고 사랑받고 웃었던 순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좋았던 기억은 금세 희석되고 안 좋았던 기억은 가슴에 새겨진다. 그리고 가슴에 새겨진 것이 자꾸만 나를 아프게 한다. 인생에 큰 굴곡이나 크게 좋은 일은 기억에 오래 남지만 우리 삶은 대부분 평범하게 흘러간다. 그 평범함 속에 좋았던 일, 감사한 일이 많이 숨어 있다. 그래서 별 것 아닌 우리의 일상을 남기는 것은 의미가 있다. 늦었지만 부모의 시간을 자주 그리고 쓰면서 기록해야 겠다. 소소한 기록은 훗날 부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날이 오면 함께 했던 시간만큼이나 애틋하고 소중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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