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크고 나서 아쉬운 건 아빠는 당신의 이야기를 자식들에게 거의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빠는 형제도 없고 친할머니, 할아버지도 아빠가 결혼하기 전에 돌아가셨기에 아빠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면 아빠의 옛이야기를 알 수가 없다. 고작 엄마에게 단편적으로 들은 게 전부인데 정 없는 엄마 입에서 나온 말이 좋을 리가 없다. 이따금 아빠가 술기운에 하시던 말씀도 항상 몇몇 시기의 사건만 반복할 뿐이었다. 아빠에게 유난히 새겨진 순간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빠를 이해하기에 부족했다.
처음으로 엄마의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메모하며 어린 영숙이에게 연민의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몽실언니(권정생)가 떠올랐다. 그 시대 가난한 집 계집애들은 공부보다는 집안일을 해야 했고 어릴 때부터 동생을 업고 돌봐야 했다. 영숙이의 시점으로 글을 써보니 같은 여자로서 엄마의 상처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부모의 이야기를 남기는 이유는 좋든 싫든 내 뿌리이기 때문이다. 크면서 나는 내가 모르는 젊은 시절 부모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내 기억은 고작 대여섯 살부터인데 그 전의 이야기도 궁금했다. 혼자서 태어나 혼자 먹고 컸을 리는 없다. 구체적인 상황과 마음을 알수록 부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배운 근대사와 그 시대를 살아낸 부모의 팍팍했던 삶을 잇다 보니 기록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낀다. 특히 소소한 일상기록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 매 순간 힘든 일만 있었을까? 사랑하고 사랑받고 웃었던 순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좋았던 기억은 금세 휘발되고 안 좋았던 기억은 가슴에 새겨진다. 가슴에 새겨진 것이 자꾸만 나를 아프게 찌른다. 인생에 큰 굴곡이나 크게 좋은 일은 기억에 오래 남지만 우리 삶은 대부분 평범하게 흘러간다. 그 평범함 속에 좋았던 일, 감사한 일이 많이 숨어 있다. 그래서 별 것 아닌 우리의 일상을 남기는 것은 의미가 있다. 늦었지만 부모의 시간을 그리고 쓰면서 기록한 것은 내게 의미가 크다. 훗날 부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는 날이 오면 함께 했던 시간만큼이나 애틋하고 소중해질 것이다.
1. 시작
https://brunch.co.kr/@miyatoon/20
2. 프롤로그-영웅 영숙이
https://brunch.co.kr/@miyatoon/37
3. 우리 영숙이는 선생님 시킬 거라......
https://brunch.co.kr/@miyatoon/38
4.호랭이는 뭐 하나 저 간나 안 물어가고!
https://brunch.co.kr/@miyatoon/41
5. 와야 국민학교
https://brunch.co.kr/@miyatoon/43
6. 뽕 따러 가세
https://brunch.co.kr/@miyatoon/44
7. 남의 집 살이
https://brunch.co.kr/@miyatoon/45
8. 진모 엄마는 키가 시집가서 컸어.
https://brunch.co.kr/@miyatoon/46
9. 내 살림과 아이들
https://brunch.co.kr/@miyatoon/47
10. 도시로 떠나다
https://brunch.co.kr/@miyatoon/48
11. 어두운 터널 속에서
https://brunch.co.kr/@miyatoon/49
1. 맨드라미는 소환 버튼
https://brunch.co.kr/@miyatoon/52
2. 단칸방의 추억
https://brunch.co.kr/@miyatoon/53
3. 더 이상 기댈 수 없는 존재
https://brunch.co.kr/@miyatoon/54
4. 4학년에 겪은 찐 사춘기
https://brunch.co.kr/@miyatoon/55
5. 전해줄 수 없는 편지
https://brunch.co.kr/@miyatoon/56
6. 엄마의 공백 속에서
https://brunch.co.kr/@miyatoon/57
7. 특명! 탈출하고 멀어질 것!
https://brunch.co.kr/@miyatoon/58
8. 엄마의 이름 전이야기
<오늘을 살아가며>
1.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https://brunch.co.kr/@miyatoon/80
2. 아빠와 텃밭
https://brunch.co.kr/@miyatoon/81
3. 사랑하면서 미워하는 마음
https://brunch.co.kr/@miyatoon/85
4. 부모와 쿨트러스트 관계 맺기
https://brunch.co.kr/@miyatoon/150
5. 6년 만에 다시 찾은 아빠의 공간
https://brunch.co.kr/@miyatoon/223
6. 바람 같은 날을 살다 보니
https://brunch.co.kr/@miyatoon/50
7. 마주 보고 놓아주기
https://brunch.co.kr/@miyatoon/225
8. '엄마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https://brunch.co.kr/@miyatoon/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