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짝지근해 영화 후기
"어? <달짝지근해> 극장에 영화배우들 무대 인사 오네? 우리 일주일 있다가 날 맞춰서 보러 갈까?
"좋아."
남편이 유해진, 김희선 주연의 <달짝지근해> 영화를 예약하려고 보니 일주일 후 배우 무대인사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날을 미루어 영화관을 찾았다.
배우를 직접 보는 흔치 않은 기회라 내심 기대가 되었다. 곧 관람 시간이 되어 이한 감독님과 김희선, 유해진 배우가 스크린 앞으로 나왔다. 관객석에서 들뜬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 최고 미녀 배우중 한 명인 김희선 씨는 나이를 먹고 영화 배역에 어울리게 수수하게 차려입고 나왔는데도 예뻤다. 남편은 김희선은 나이를 먹고 더 괜찮아졌단다.
앞의 관객은 작은 플래카드도 준비하고 타플릿 전광판으로 응원문구까지 쏘아대고 있었다. 사인포스터와 선물을 줄 사람을 뽑으려고 유해진이 물었다.
"오늘 생일이신 분?" 생일자가 없자 다시 물었다.
"아니면 오늘 너무 좋은 날이거나 특별한 일이 있으신 분"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들고 이유를 말했다. 시시한 이유였지만 손을 번쩍 든 사람 두 명에게 선물이 돌아갔다. 김희선과 유해진은 계단을 올라 선물을 전달했고 여기저기 환호를 하며 사진을 찍자고 청했다.
우리 바로 앞에 일행도 바로 옆 일행도 사진을 찍었는데 나와 남편은 그런 그들 틈에 배우 사진만 겨우 찍고 말았다. 그 사진들도 어두운 극장에 클로즈업을 해서 제대로 나온 게 없었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저녁으로 샤부샤부전골을 먹으면서 영화후기를 나눴다. 그 중 7할이 아니, 무대인사한 배우들 얘기, 특히 남편은 김희선 얘기였다.
"김희선, 진짜 예쁘더라."
웬만하게 꿈쩍거리는 것을 귀찮아하는 남편인데 드물게 사진을 못 찍은 것을 아쉬워했다.
"선물 준다고 할 때 손을 번쩍 들고 뭐라도 얘기하고 싶었는데 차마 못 하겠더라."
"하지,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지!"
"그러게, 그런 배우를 언제 또 이렇게 가까이서 보겠냐. 다음엔 그 사람들처럼 시답잖은 소리라도 하면서 어필을 해야겠어."
남편의 이런 반응 신선하다. 진짜 아쉬웠나보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인생도 그렇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손을 들지 않으면 확인할 기회조차도 오지 않으니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죠지 버나드쇼 묘지명이다. 원문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정말 오래 버티면(나이가 들면) 이런 일(죽음) 생길 줄 내가 알았지!
원문 하고는 다르지만 진국이 우러나는 늬앙스에 훨씬 뼈 때리는 말이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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