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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작가 Aug 27. 2023

사랑의 색깔에 대하여

 


결혼 24년 차 중년부부 미야 & 일돌은 세월만큼 외모도 많이 변했다.  나이에 비해 동안에 호남형 얼굴의 남편도 쉰을 넘으며 나잇살이 붙었다.  얼굴은 찐빵처럼 넓어지고 얼굴이 칙칙해지고 뱃살이 불룩한 아저씨 체형으로 변했다. 나는 마흔을 기점으로 새치가 급속도로 늘기 시작하고 팔자주름이 진해지고 머리숱은 얇아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부부는 10년을 두 번, 그리고도 몇 년을 함께 하고 있다. 내 나이 반평생을 함께 하며 사랑의 색깔이 달라짐을 느낀다.



레드에서 핑크

아이가 태어나기 전 8년. 우리는 뜨거운 연인에서 사이좋은 남,여친 단짝 느낌으로 변해갔다. 색으로 치면 열정적인 레드에서 핑크. 핑크는 상냥한, 친절한, 부드러움, 공감, 수용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남편과 나는 비슷한 시기에 만화가로 데뷔해서 어시스트가 필요했기에 화실을 구했고 매일 아침 내가 도시락을 싸면 남편은 덜그럭거리는 배낭 가방을 메고 손잡고 출근하고  손잡고 퇴근했다. 출판사 갈 때도 남편을 매니저로 대동하고 같이 갔다.

원고 마감하면  회식도 같이하고 주말에 데이트도 당연히 같이 했다.

미야: 진짜 징그럽게 24시간을 붙어 다녔네.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아. 크크

일돌: 미투다!

부부가 함께 일하면 많이 싸운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말이 잘 통하는 단짝이었다.



핑크에서 코랄

산뜻하고 기분 좋은 핑크빛 사랑은 아이가 태어나고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면서 또 엄마, 아빠 역할이 익숙해지면서 남친, 여친 느낌이 아닌 진짜 부부로 변했다. 색깔로 치면 코랄이다.

코랄은 함께 행복, 조화를 의미한다.

미야: 사랑의 색깔이 계속 열정적인 빨강이면 피곤할 것 같아.

일돌: 계속 그렇게 어떻게 사냐?

단 코랄에 익숙해지다 보면 서로에게 무덤덤해지기도 한다. 이럴 때  일돌남편은 좋은 부부 관계를 위한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안배한다.





코랄에 오렌지를 더해 설레는 기분

아이 집중 육아기때 나는 육아에 지치고 남편은 일에 매진하면서 우리 좀 권태기? 라는 생각이 들 때였다.

일돌: 우리 한 달에 한 번 밖에서 데이트 하자. 영화도 보고, 술도 한 잔 하고? 어때?

미야: 나야 너무 좋지.

아이들 없이 둘만의 데이트는 코랄에서 종종 오렌지로 바뀌는 시간이다. 오렌지는 즐거움의 파워, 본능적 즐거움을 의미한다.

예전처럼 나만을 위해 고기를 구워주고 새우살도 까주고  비싼 복분자를 사주는 유일한 남자다.


미야: 아~ 좋다~

일돌: 아~ 좋냐~~?


우리의 사랑은  레드에서 핑크, 핑크에 코랄이 섞이기도 하고, 오렌지가 더해지기도 한다. 앞으로 30년, 40년 노년 부부인 미야 & 일돌은 어떤 색으로 살고 있을까?  어떤 색으로 물들고 싶은가?

꾸밈없이 낯을 까고 생활을 함께 하는 남,녀가 긴 세월 동안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노력은 단어로 말하자면 '나다움'과 '존중'이다. 각자 나답게 성장하고 그것을 서로 존중하면 좋겠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남편은 요리를 가까이하여 스스로 식생활이 가능하고 때로는 아내를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했으면 좋겠다.  아내가 어디 외출 갔다 나이 든 남편 밥 차려 주려 서둘러 들어와야 하는 신세라면 아내가 남편을 삼식이 취급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참고로 나는 어른이 되면 누구나 독립적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가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고맙고 감사한 것을 찾아 표현해야 한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호탕해지고 관계가 확장되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고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좁아져 안으로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평생 함께 한 동반자의 비중은 서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들 중에 나의 반려자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뒷끝이 참 쓸쓸할 것 같다.  노부부가 두 손을 잡고 노을지는 바닷가를 걷는 뒷모습을 상상해본다.  그 세월에도 할 이야기가 넘치고 서로 챙겨주고 배려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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