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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작가 Aug 25. 2023

밤 11시에 스터디카페에 공부하러 간 남매


오후 4시가 넘어 학교 수업이 끝나 밤톨군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끝났어... "

"어, 수업은 잘했어? 왜 그렇게 힘이 없어?"

나는 무선 이어폰을 끼며 장시간 통화 모드로 전환한다.  그리고 아들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진로 대화를 많이 한다. 아들이 얘기하면 나는 아, 그렇구나. 힘들겠다... 하며 들어준다.

아들은 고 1이 되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안 한 시간이 길어서 때때로 현타가 오는 것 같았다.   


별개로 요즘 나는 아이들 미디어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아들은 이미 내 손을 떠나서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불철주야 공부한다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비해 성과가 안 나오는 이유는 시간관리가 잘 안 되기 때문으로 보이고, 원인은 습관이 되어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 때문이라 생각했다.


딸은 아이패드가 생긴 후로 SNS 하는 시간이 너무 늘어나서 자꾸 잔소리가 많아지고 있었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재재한 유일한 한 가지가 핸드폰인데 어느새 두 녀석 다 핸드폰 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컴퓨터까지 있다 보니 미디어 통제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다.


일주일만 미디어를 하지 말아 봐.

중학교 3년 동안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잖아.

일단 고등학교 올라오면 학교 공부 따라가는 것만 해도 벅차서 다른 걸 할 수가 없어.  근데 중학교 때는

한자도 배울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미술도 할 수 있잖아.


내 귀를 의심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사를 치는 이 누구인가?

바로 그동안 오장칠부로 장기처럼 핸드폰이 손에 딱 붙어있던 밤톨군이 동생 알방 양에게 해 주는 대사였다.


초저녁에 스터디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다 저녁을 먹으러 온 아들이 9시가 넘어 와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시간인 것 같아. 겪어보니 중학교를 그냥 보낸 게 너무 후회돼.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해서 말해주는 거잖아. 그니까 미디어를 좀 끊어. 하면서 절제는 무조건 안 돼. 나처럼 그렇게 살고 싶니?


오늘 아들은 핸드폰을 거의 보지 않았단다. 그랬더니 다른 게 눈에 들어오더란다. 학교 간다고 뛰어가면서 숨찬 것도 좋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도 즐겁고, 무엇보다 머리가 멍하지 않고 맑았단다.


그동안 일어나자 마자 핸드폰을 하고 잘 때도 핸드폰을 하던 아들을 보는 게 힘들었는데 미디어에 대해 이렇게까지 깨닫고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

나는 아들에게 말했다.

"밤톨군아, 엄마는 이제 네 걱정은 하나도 안 해도 되겠다. 내 새끼 엄청 어른스럽네. 감동했어."



내 브런치 글 중 다음 메인에 걸려 4만 이상 조회수가 나왔던 글은 아들이 중학교 졸업할 때 쓴 글이었다.

초등학교 부적응, 중학교 1~2년 게임에 빠진 무기력한 아이가 중학교 2학년 2학기부터 조금씩 변화해 중 3 때 처음으로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며 변화게 된 이야기었다.

https://brunch.co.kr/@miyatoon/64


고1인 아들은 공부 욕심은 생겼는데 공부를 워낙 안 하다가 하려니 기초가 부족한 것을 절실히 느끼고 특히 중학교 때 공부와 다양한 활동을 안 한 것이 후회된다며 알밤양에게 얘기를 해 준다. 아들의 이야기 중간 중간에 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눈빛을 보내며 한 마디씩 덧붙이니 알밤이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말란다.  엄마가 하는 말이 옳아서 반박은 못 하겠지만 자기는 웹툰, 트위터, 틱톡 보는 게 재미있단다. 하지만 오빠가 이야기하니 좀 들을 것 같단다.  밤톨군이 다시 스터디카페 가려고 일어났다.

"오빠, 또 공부하러 가?"

"응."

내가 생각없이 한 마디 했다.

"너두 따라가서 공부해."

"어 그럴까?"

갑자기 신나게 가방을 챙긴다.  사실 알밤이는 밤 11시에 밖을 나가는 게 더 신난 눈치다. 집에서 새벽 2시까지 SNS를 하는 것보다 훨씬 실속이 있다 싶어서 함께 보냈다.


결과적으로 불금 11시에 밤토리 남매는 공부를 하러 스카이카페에 갔다.  

신발을 신는 밤톨군에게는 한 번 더 당부했다.

"밤톨군아, 알밤이 잘 챙겨라. "

"응."

주방에는 저녁 먹은 설거지가 가득 쌓여있고 설거지 당번이 밤톨군인데 오늘 큰 일을 했으니 기꺼이 내가 해 주어야겠다.  아들이 오늘 내가 하지 못 했던 큰 일을 해 냈으니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미디어 #핸드폰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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