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에피소드 둘
현 남편이 전 남친일 때 에피소드 둘
우리는 같은 만화 화실 커플이었다. 화실 작가님은 중학교 때 함께 만화를 그렸던 친구의 남편이었다. 친구는 가끔 세 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화실에 출근해 그림을 그리고 일을 돕다가 일찍 퇴근했다.
어느날 화실에 보험설계사가 오셨다. 친구네는 필요한 보험을 들 생각으로 상담을 받는 것 같았다. 일돌씨는 상담할 때 옆에서 유심히 듣더니 본인도 보험을 가입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보험설계사에게 내 보험도 몇 개 설계해달라고 했다.
며칠 뒤 보험설계사가 다시 화실을 방문했다. 일돌 씨는 설계서를 내게 내밀었다.
"이거, 암보험이랑 상해보험인데 나랑 함께 가입해요. 돈은 내가 낼게요."
"네? 보험이요?"
당시 내 한 달 고료는 27만이었다.
어리둥절해 있는데 옆에서 마음씨 좋아보이는 보험설계사 아줌마가 거들고 나섰다.
"아유, 남자친구 잘 뒀네. 다른 비싼 선물 사주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선물이죠. 그리고 일찍 가입할 수록 보험료가 싸요. 이런 상품 앞으로 안 나올 거예요. "
말 그대로 내 나이가 어려서 보험료가 저렴하고 상품은 좋았다. 가입했던 암보험은 만기가 5년이었다. 5년 만기에 65세 보장. 지금 생각해봐도 만기 5년짜리 보험이 있었다는 게 신기한 일이었다.
독특한 내 남친.
세탁기에 이어 보험 들어주는 남친이라니.
"오빠...혹시 전 여친들에게도 세탁기, 보험 막 들어준 거 아냐?"
결혼 후 농담처럼 던지는 질문에 일돌 남편은 빵빵한 풍선처럼 허풍을 떤다.
"얘가 아직도 날 모르네. 그때까지 내가 좋아한 여자 한 명도 없었다. 다 그쪽에서 사귀자고 하고 따라다녀서 만나줬지."
결혼을 하자마자 데뷔하고 그림그리느라 바쁘게 살다보니 금방 5년이 지나 암보험이 만기가 되고 아이 한 명 낳고 나니 10년이 흘러 또 만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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