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어렸을 때 구독하던 신문에 <한국인의 애송 동시>가 실렸다. 안도현 시인의 호박꽃은 보자마자 너무 재밌어서 바로 외워버렸다. 머릿속에 노란 호박꽃이 떠오른다. <호호호호 호박꽃>에서 이미 끝났다. 아이들은 의미없이 특정한 단어만 반복해도 깔깔대며 넘어간다. 호박꽃이 시들고 나면 앙증맞은 호박이 열리기 시작해 쑥쑥 길게 자라는 모양이 그려진다. 호박꽃을 따 버리면 애호박이 안 열리고, 애호박이 안 열리면 맛있는 호박전을 먹을 수 없다고 삶의 이치를 구구절절 설명 없이 이렇게 쉽게 알려주다니 놀랍다. 몇 줄 안 되는 시가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눈 앞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숨겨진 것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옛부터 호박은 못 생긴 것에 곧잘 비유를 했는데 나는 노란 호박꽃을 보면 꽃잎이 담담히 늘어져 있는 것이 마치 세상 경험 많은 할머니가 입은 치마처럼 보인다. 무료한 것도 같고 넉넉한 것도 같다.
밤톨군이 유치원에 다녀오면 잠깐 간식을 먹이고 둘째 알밤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함께 동네 공원으로 산책을 자주 했다. 갔다 오는 길에 호박꽃이 보이면 누가 보거나 말거나 호박꽃 동시를 아이들에게 낭송했다. 순전히 내가 재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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