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육아 이야기
더 이상 트위터와 틱톡과 유튜브가 그녀의 시간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기에 1시간 가까이 그녀를 끌어 안고 육중해진 꿀벅지 무게를 견디며 어르고 달래었다. 그리고 협의를 이끌어내었다.
미디어 가능시간은 매일 두 시간.
금요일부터는 주말까지 불금을 인정하여 새벽 1시 40분까지
토요일 정오 12시부터 오전 1시 40분
일요일 정오 12시부터 오후6시까지.
알밤양: 엄마는 미디어에 너무 예민해.
미야: 나도 알아. 하지만 어쩌겠니. 엄마한테는 그게 너무 중요한 걸. 우리 집에서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어.
처음에 아이패드를 사줄 때 조건은 그림 그리는 데만 쓰는 것이었다. 비번을 설정하려고 했는데 잘 할 수 있다고, 자유롭게 그리고 싶다고 해서 믿고 놔두었다. 처음에는 잘 지켜졌으나 그림 자료를 본다는 명목으로 SNS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어느새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오장칠부가 되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비번을 설정하자고 했지만 이제 좀 컷다고 그녀는 눈에서 레이저빔을 발사하면서 한 번 맛본 자유를 강경하게 사수했다.
며칠 전 친구 엄마를 만나 차 한잔을 했다. 우리 집이나 그 집이나 따님들이 핸드폰을 안 하면 화장하고 화장 안 하면 아이패드를 하는 게 똑같았다. 이건 아이 탓이 아니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문제였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거대한 자본시장이 만들어 놓은 미디어 세계를 아이 의지로 조절하길 바라는 것은 고양이 앞에 생선 갖다 놓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거였다. 사람 의지만큼 약한 게 없다. 의지를 믿지 말고 환경을 믿으라 했는데.
늦었지만 세게 몰아부쳐 아이패드 스크린타임을 설정하면서 연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야: 따라줘서 고마워. 앞으로 엄마가 엄청 잘 해줄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한다.
알밤양: 치... 그래도 다른 집보다 우리 집에 태어난 게 더 나은 것 같아.
미야:(급 흥미를 보이며) 어? 왜? 무엇 때문에?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알밤양: 일단 우리 엄마는 공부를 해.
미야: 엥? 그게 왜?
알밤양: 안 하는 것보다 낫잖아.
알밤양: 그리고 우리 엄마는 책을 많이 읽어.
미야: 네 눈에 그렇게 보여?
알밤양: 그렇지. 책을 많이 읽으니까 덮어놓고 핸드폰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근거와 논거를 들어서 말해서 화는 나지만 반박하기가 힘들어.
알밤야: 엄마가 나를 애기 취급 안 하고 존중해 주는 것도 좋아.
미야: 오호, 이런 생각을 하는 줄 몰랐네. 또 있어?
알밤양: 엄마가 그림을 그려.
미야: 그게 좋아.
알밤양: 좋지.
미야: 단점은 뭐야?
알밤양: 단점은...
미야: 응. 말해 봐. 괜찮아.
알밤양: 단점은 엄마는 말을(잔소리를) 너무 길~~~ 게 해. 알겠다고 했는데도 계속 얘기해. 한 말 또하고 또하면 기분이 나빠진다고.
할 말이 없다.
미야: .... 인정. 고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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