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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Sep 11. 2023

이런 날이 와 버렸다!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선다. 정류장 앞에 서 있는 유치원 엄마들과 소소한 수다를 떨다가 아이가 차량에서 내리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이는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친구들과 놀이터로 내빼고 엄마들은 유치원 가방을 꾸역꾸역 매고 아이들 뒤꽁무니를 따라간다.  놀이터 벤치에 쪼르륵 앉아 아이가 한 번씩 다가오면 간식을 입에 넣어주고 물을 먹이며 아이가 안전하게 노는 것을 지켜본다. 


오후 나절, 창문 밖에는 하이톤 목소리 꼬마들이 놀이터에서 깡깡대며 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찐 단호박 간식으로 먹으며 아이들 졸졸 따라다녔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느긋하게 홀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제 내가 외출을 해도 엄마, 어디야? 하며 전화 한 통 오지 않는다. 오히려 늦게 왔으면 하는 눈치다. 내가 어디 가는지 관심도 없다.  밥을 안 해 놓고 나오면 알아서 밥을 해 먹지는 않지만(이 날이 언젠가 오길 바라며) 날 잡았다는 듯 라면과 각종 인스턴트로 신나게 해결한다. 


아직 꼬꼬마 아이를 양육하며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 육아일기를 그리는 인스타툰 작가님들도 대단해 보인다. 정신 쏙 빠지는 일상 속에서 그림을 어떻게 그려 꾸준히 연재를 할 수 있을까? 존경스러우면서 얼마나 힘들까 싶다. 

시간은 공평하고 꼬꼬마 육아집중기 시즌이 곧 지난다. 지나고 나면 몸이 힘든 건 깡그리 까먹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얼굴만 떠오른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힘내라고, 어느새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런 날이 온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우선 내가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아이들이 까칠 대마왕으로 변신을 한다. 그러니 선배 육아맘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를 나도 한마디만 해야겠다.


그래도 그때가 좋을 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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