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를 탄탄히 익히면 그다음에는 자유로운 응용이 가능하다. 계획은 실체가 없다. 건강해져야겠다 결심하는 것으로 건강해지지 않는다. 실체를 만들려면 일어나서 줄넘기 200회, 걷기 15분, 계단 12층 오르기 등을 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실체가 드러나지 않지만 컵에 물이 다 차면 넘치듯 행동의 양이 도달하면 근육이 붙는다. 내가 자주 쓰는 근육은 단단하고 안 쓰는 근육은 흐물흐물하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맞는 행동을 하면 실체화가 되어 눈앞에 나타난다.
이 기본기를 글쓰기에 가져와 보자. 글을 잘 쓰려면 반드시 내 경험이 따라야 한다. 작법서만 읽는다고 글을 잘 쓰게 되지 않는다. 책만 많이 읽는다고 해서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체화를 해야 한다. 인기 작가가 비법을 알려줘도 막상 내 글을 쓰면 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쓰고 지지고 볶고 파고든 것만 내 것이 된다. 백날 강의를 들어도 달라지지 않는 건 그 안에 내 경험을 온전히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완강이 중요하지 않다. 강의 여러 개를 2배속으로 빨리 완강하는 것보다 한 강의를 제대로 따라서 미션을 수행하면서 완강하는 게 훨씬 많이 배운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라고?
일을 잘하려면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숲을 보려고 해도 처음에는 나무만 눈에 들어온다. 나무 이름 익히기에도 바쁘다. 1단계 레벨에서는 나무 하나하나를 배워야 한다. 나무 이름을 익히고 특징을 이해하면서 다지고 더하고 다진다. 나무 종류와 특징대로 분류해서 익히고 다 채우고 나면 그제야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숲이 보이면 많이 뻗은 가지를 자르고 솎아내기를 할 수 있다.
꽉 채워서 실체화시켜 드러내고 나면 과한 부분, 덜어낼 부분이 보인다. 그때부터는 잘 빼면 된다. 뺄수록 읽는 이의 몫이 늘어난다. 그게 공감이 되는 글이다. 여백을 꽉 채우고 채운 여백을 숨을 쉴 수 있도록 빼는 게 글이 느는 과정이 아닐까. 그러니 먼저 나무를 보고 여백을 꽉꽉 채우는 단계에 있더라도 건너뛰려고 하지 말자. 조급해하지 말고 다지고 채우자. 기본을 채우고 나면 2단계 레벨업이 기다리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