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상고를 졸업하고 (다행히 성적이 좋아) 대기업 사무직으로 취직했지만 일머리가 좋지는 못했다. 좋은 인상과 어린 나이로 상사와 직원들에게 예쁨을 받았지만 일을 잘한다고 인정받지는 못했다. 3년 회사생활 말고는 직장생활, 알바등을 해 본 적 없이 바로 만화가가 되어 골방에서 그림만 그렸다. 시리즈 만화를 그렸기에 내 생활은 단순무식했다. 딱히 다이어리를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다이어리를 써본 적이 없어서 기록하는 습관이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최소한의 움직임 외에 앉아서 그림만 그렸다. 그렇게 중요하고 급한일만 하다 보니 생활 리듬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등 문화생활도 제법 한 것 같은데 '아, 일해야 하는데... 마감이 얼마 안 남았는데..." 하는 압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으로 즐기지 못했다.
매일매일 열심히 살았지만 계획적이지 않은 하루, 지나고 나면 그 해에 그림 외 내가 뭘 했는지 모르겠는 하루가 쌓여갔다. 7,8년 그렇게 중심을 못 잡고 일이 흐르는 데로 살다 보니 건강이 나빠졌다.
기록의 세계로 들어가다
시리즈 만화 완결을 하며 긴 마감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아이를 낳고 육아가 시작되었다. 차원이 다른 하루가 펼쳐졌다. 부산하고 정신없이 바쁘지만 쳐지고 늘어지는 하루라고 표현해야 할까. 첫째에 이어 둘째까지 낳아 키우니 일과는 더 부산해졌다. 마음이 답답했다. 난 왜 이렇게 무계획적일까. 계획을 세워서 작은 거라도 이루었으면 좋겠다. 1년 동안 내가 뭘 했는지 어떤 계획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한눈에 보고 싶었다. 다이어리를 써볼까 싶어 문구점에서 다이어리, 수첩 등을 샀지만 몇 번 쓰다 보니 그날이 그날이라 딱히 쓸게 별로 없었다. 그렇게 몇 장 끄적이다 하얀 공백인 채로 한 해를 마감했다.
지인 언니가 괜찮다고 해서 육십 원 작가의 10년 다이어리를 샀다. 표지가 내 취향이었다. 10년 동안 잘 써서 내 삶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한 권에 기록하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다. 사실 10년 다이어리는 칸이 작아서 1년 다이어리를 따로 쓰고 중요한 것만 기록해서 남기는 용도로 써야 했다. 1년 다이어리도 성공한 적이 없는데 둘을 병행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야심차게 비싼 값을 주고 산 다이어리는 역시나 공백이 민망한 새하얀 다이어리로 남고 말았다. 그래도 버리지 못하고 아직 내 손에 있는 건 작년 22년이 10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이제 이걸 어쩐다.)
그다음에는 독서모임을 할 때 기록을 잘하는 언니가 3p 바인더를 소개해주었다. 일주일 단위로 계획하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작년까지 2년 정도 썼다. 그나마 지금까지 썼던 다이어리중 가장 좋았지만 투드리스트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올해 내 목표는 기록형, 전략형 인간이 되는 것
구조화가 필요하다. 분류를 잘해야 기억도 잘하지 않겠는가!
제목, 사람이름, 읽은 책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머릿속 지도를 좀 더 선명하게 그려 분류하고 싶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정리를 잘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시도해보고 있다. 아래 세 가지는 무계획 인간을 조금씩 계획형으로 바꿔주고 있는 고마운 도구이다.
전략적 인간이 되는 방법 하나 씽크와이즈
나도 시간관리 잘하는 사람들처럼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쓰고 싶었다. 우연한 기회에 씽크와이즈를 배우게 되었다. 씽크와이즈는 온라인 마인드맵 중 하나인데 기록형 사람들은 벌써 10년 전부터 쓰던 유명한 맵이었다. 맵핑이란 단어가 어색했지만 머릿속 생각정리에 최적의 도구란 말을 듣고 일주일에 한 번씩 케냐에서 사역 중인 다도라 샘님께 줌으로 씽크와이즈를 배웠다. 거창하게 화려한 맵핑은 기대하지 않았고 꾸준히 실생활에서 쓸 정도로 익숙해지고 싶었다. 지금은 프로젝트, 글쓰기, 독서리뷰 등 웬만한 것은 씽크와이즈로 정리하는데 익숙해졌다. 머릿속 생각을 끄집어내 배열하고 쉽게 편집하면서 구조를 짤 수 있다는 점과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게 씽크와이즈의 장점이다.
전략적 인간이 되는 방법 둘 노션
노션이란 도구도 알게 되었다. 노션은 폴더에 하위 폴더를 만들 수 있어 한글문서처럼 카테고리별로 글을 정리하기 좋았다.
사람들은 노션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기도 하고 공유문서로 잘 활용하지만 나는 내 글을 한 군데 모아두는 것으로도 만족하며 잘 쓰고 있다.
전략적 인간이 되는 방법 셋 파코챌 다이어리
그리고... 올해 새롭게 선택한 파코챌 다이어리
몇 달전 아이보람 원장님이 mkyu같이 유튜브 대학을 운영하는 <김교수의 세 가지> 유튜브를 소개해주었다. 24년 차 기록학 교수님인 명지대 김익환 교수님의 수많은 영상 하나하나가 기록, 메모에 대한 꿀정보를 담고 있었다. 정리 잘하는 기록형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작심삼일이 되어 또 옛날로 돌아가버리는 나에게 찰떡인 유튜브였다. 내가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은 조금씩 실행해보다 파코챌 다이어리를 만났다.
우선 심플하고 만지면 기분 좋아지는 고급진 표지
이태리가죽으로 만들었다는데 나는 라이트퍼플로 선택했다. 울 알밤양, 밤톨군 디자인할 때도 머리색을 하늘빛이 도는 퍼플로 했는데 여러 색의 다이어리중 내가 선택한 색은 퍼플이다. 나 라이트퍼플을 좋아하는구나 다이어리를 고르며 나의 취향을 알게 된다.
1달에 1권 먼슬리 다이어리
한 권이 년간 다이어리가 아니라 먼슬리 다이어리라는 특징, 먼슬리 다이어리는 처음 써본다. 한 달, 한 주, 하루를 계획할 수 있게 나누어져 있는 구성과 계획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게
평가할 수 있게 되어있다. 아침에는 계획을 하고 밤에는 일상기록과 평가를 할 수 있다.
하루에 4쪽 정도는 강제로 메모하게 하는 시스템
이 다이어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일일계획표 뒤에 4쪽에 걸친 메모지이다. 하루에 내가 듣고 보고 생각한 것을 한 곳에 다 기록할 수 있다. 김익환 교수님 유튜브 영상에서 말한 만능노트를 다이어리에 붙여놓은 것이다. 내 일상이 계획형이 안 된 건 여기저기 뭔가를 끄적이긴 하는데 한 권을 꾸준히 쓰지 못해 나중에 노트는 많아지는데 정리가 안 되어 자료로서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어디에 무엇을 썼는지 사실 기억도 안 난다.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사색, 강의기록, 책리뷰 등 하루를 흘려보내지 않고 꽁꽁 잡아둘 수 있다. 쓸 게 없으면 일기라도 쓰면 되겠다 싶다.
계묘년 1월 1일 나는 다이어리 1페이지를 시작했다. 메모 4페이지를 다 채우지 못했지만 가장 가까이 두고 넘겨보면서 생각정리를 하고 내일을 계획한 하루가 제법 마음에 든다.
그리고 1월 2일 별별챌린지를 시작했다. 글쓰기 챌린지를 하는 건 처음이다. 별별챌린지로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들이는데 파코챌 다이어리가 효자노릇을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싶은 그림도 많이 그리는 한 해
쓰고 싶은 글도 많이 쓰는 한 해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과도 좋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며 좋은 관계를 만드는 한 해
건강도 잘 챙기는 한 해
삶을 충만하고 균형적으로 사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
이거 다 잘하려면 전략이 필요하겠다.
전략형 인간이 되기 위해 내가 키워야 하는 게 뭔지 딱 감이 온다. 바로 CSF이다.
Critical Success Factor /성공 핵심 전략
일머리가 있다는 건 어떤 일을 할 때 핵심전략을 잘 짜고 일을 하고 복기하고 다음 일에 적용해나가는 것이다.
그 시작은 생각하고 눈에 보이게 쓰고 평가하는 것이다.
씽크와이즈, 노션, 그리고 파코챌 다이어리로 올해는 기록형, 전략형 인간형으로 거듭나보련다! 은미야, 파이팅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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